코로나19에 따른 피해로 국내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행·숙박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2일 한국호텔업협회는 코로나19에 따른 예약 급감으로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가 지난 3월에만 58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이어지면서 고객이 줄어들었고, 확진자가 다녀간 일부 호텔은 며칠간 임시 휴업까지 나서야 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휴업을 했던 호텔은 파크 하얏트 서울, 신라스테이 역삼·서초, 노보텔 앰버서더 서울 용산 등이다. 해당 호텔들은 체크인 시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을 체크하고, 외국 방문·확진자 접촉 여부를 묻는 등 예방조치를 했으나 결국 고객이 투숙 도중이나 체크아웃 후 확진 판정을 받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고객이 감염 가능성이나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투숙할 경우 호텔로선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짧게는 2일부터 길게는 2주를 넘기는 임시 휴업에 따른 손해는 막심했다. 휴업 기간 예약을 받을 수 없고 투숙·예약객에게 지불해야 할 환불액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두 달을 넘긴 지난달 말부터는 5성급 특급호텔들도 휘청이기 시작했다.
서울 5성급 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그랜드 워커힐 서울이 지난달 23일부터 객실 영업을 한 달 동안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크 하얏트 서울도 오는 6월 8일까지 호텔 전체 시설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대기업 계열 호텔들은 인건비 줄이기에 나섰다.
신세계조선호텔은 13일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 두 달여 간 국내 4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급휴업을 시행한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 내 숙박, 식음, 연회 이용률이 급감함에 따라 유동적인 근무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유급휴직을 결정했다"며 "이 기간 동안 호텔 영업은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롯데호텔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이번 달부터 신청자에 한해 직원 유급휴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호텔들은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 정도로,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조차 15%를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월 전국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이 70%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호텔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인 트립닷컴은 지난 2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상품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국내 호텔이 150여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4월까지 판매를 중단했던 호텔 가운데 5~6월까지도 판매 중단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특히 외국인이 주로 찾던 호텔들의 상황이 가장 안 좋다"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부터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무너지는 관광업계를 떠받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았으나, 폐업 수순을 밟는 여행사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여행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이번달 10일까지 각 지자체나 자치구에 폐업을 신고한 국내·국외일반 여행사는 192곳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유사업종도 일부 포함돼 있어 전부 여행사 폐업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매일 2곳 이상은 문을 닫는 셈이다.
대형 여행사는 그나마 주3일 근무제, 유급휴직, 무급휴가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름 성수기까지 수요 회복이 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