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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허 훈의 MVP 경쟁, 수상자만큼 중요한 최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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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수상자만큼 중요한 MVP의 가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조기 종료됐다. 이제 마지막 공식 행사가 남았다. 영광의 주인공들을 뽑는 시상식이다.

한국농구연맹은 오는 20일 MVP, 감독상, 신인상 등 주요 수상자들을 KBL 센터로 초청해 간략한 시상식을 연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성대하게 열리지 못하지만, 한 시즌을 정리할 수 있는 자리다.

관심이 집중되는 건 누가 최고의 영예, MVP 상을 수상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김종규(원주 DB)와 허 훈(부산 KT)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농구에 대한 이슈가 없어 힘든 시기, 두 사람의 경쟁에 많은 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종규는 팀이 공동 1위를 차지한 것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허 훈은 팀 성적은 안좋았지만 개인 퍼포먼스가 뛰어났다. 누가 상을 받아야 마땅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인만큼, 욕심을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수상 의지를 밝히는 것도 재밌다. 농구 발전에 있어 이런 경쟁이 있다는 건 긍정의 요소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때, 두 사람 모두 MVP를 받아도 될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느냐 묻는다면 찝찝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김종규는 연봉만 12억7900만원을 받은 선수다. 기대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균 30분을 뛰지 못했고(27분53초) 평균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이 13.3득점 6.1리바운드에 그쳤다. 김종규가 있어 DB가 공동 1위를 할 수 있었지만, 그 우승을 김종규가 만들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리바운드, 수비, 속공 등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친 정도의 경기 내용과 성적이다. 오누아쿠, 윤호영 등 높이가 좋은 동료들이 있어 플레이가 편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 논란이 됐던 플라핑 사건도 감점 요소다.

MVP는 팀 성적, 기록도 물론 중요하지만 팬들에게 전해지는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플레이 뿐 아니라 코트 안팎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점으로만 보면 사실 MVP는 허 훈이 더 어울릴 수 있다. 허 훈은 한 경기 20득점-20어시스트 기록을 세우는 등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 현란한 플레이를 선보였고, 외모와 언행을 볼 때 스타의 기질을 타고났다. 평균 14.9득점 7.2어시스트로 개인 성적도 김종규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다. 부상으로 인해 35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경기 수가 줄면, 평균 기록을 끌어올리기 쉽다. 또, 팀 농구 스타일이 지나치게 허 훈에 의존한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개인 기록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농구였다. 팀 성적이 좋았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팀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MVP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두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가 갈수록 MVP를 받는 선수들의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있다. 지나치게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KBL 농구 특성상, 토종 선수들은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사실 MVP의 권위가 서려면, 국내 선수든 외국인 선수든 가장 잘한 선수 한 명에게 상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외국인 선수 MVP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내 선수 위주의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KBL 입장에서는 국내 선수 MVP를 따로 나누고, 이를 최고의 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 속에 앞으로 민망한 MVP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VP와 함께 논쟁이 됐던 민망한 신인상처럼 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