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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선발진'에 맡겨진 LG의 운명, 그래서 시선 쏠리는 영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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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이런 친구들이 3~4년 후에 에이스가 돼야죠. 그래야 LG가 잘 되는 거니까."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10일 청백전을 마치고 난 뒤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취재진 앞에 선 류 감독 옆에서 다른 인터뷰를 준비중이던 이민호와 김윤식을 향해 던진 말이다. 두 투수는 올해 신인 1차와 2차 1번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이날 청백전에서 이민호는 3이닝 2안타 무실점, 김윤식도 3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동반 호투를 펼쳤다.

류 감독은 "LG의 재산들이다. 이런 친구들이 한해한해 발전하면 차세대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체되면 안된다. 경험을 3~4년 쌓아 에이스가 돼야 한다. 그래야 LG가 잘 되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까지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이들의 기량은 즉시 전력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140㎞대 초중반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 안정적인 제구력 등이 LG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의 이 발언은 한편으로 씁쓸한 뉘앙스도 느껴진다. LG가 오랫동안 토종 투수, 특히 에이스급 선발을 발굴하는데 약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만 봐도 LG 선발 로테이션은 외부 영입파들로 채워지게 됐다.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 3년전 FA 계약을 한 차우찬과 지난해 트레이드로 데려온 송은범이 1~4선발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들의 어깨에 LG의 올시즌 운명이 달렸다.

5선발로는 2011년 1라운드 지명 출신 임찬규가 검증을 받고 있을 뿐이다. 임찬규가 여의치 않을 경우 류 감독이 언급한 신인투수 2명과 김대현 이상규 이상영 여건욱 등이 선발 후보로 물망에 오를 수 있다. 류 감독은 임찬규가 5선발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임찬규는 한 달 가까이 진행된 국내 연습경기에서 좀체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시즌 전에 결정한 선발 로테이션이 끝까지 가는 팀은 없다. 특히 4,5선발은 변동폭이 커 감독의 성향에 따라 갈피를 못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LG만 보더라도 지난해 윌슨, 켈리, 차우찬을 뺀 나머지 선발 자리에 무려 9명이 기용됐다. 올해 선발 후보들 가운데 지난해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는 임찬규 김대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신인 또는 중간계투 출신들이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이우찬과 배재준이 올해 전력 외로 분류돼 백업 선발진이 상당히 엷어진 상태다.

결국 외국인 투수들과 베테랑 둘이 로테이션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4명은 모두 30대 초중반이다. 윌슨과 켈리는 31세로 동갑이고, 차우찬이 33세, 송은범이 36세다. 굳이 나이를 언급할 필요는 없겠으나, 1~4선발은 10개팀 중 최고령이다. LG로서는 토종 영건들이 하루빨리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최근 합류한 윌슨과 켈리는 이달 안에 실전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컨디션 회복이 빠르면 오는 21일 시작되는 팀간 연습경기에 나설 수 있지만, 무리하게 투구수를 끌어올릴 계획은 없다. 둘의 실전 모드 전까지는 젊은 선발 후보들에게 검증 무대가 마련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때가 기회다 싶어 불쑥 튀어나오는 투수가 있다면 지극히 환영할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