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숫자로 쌓이는 기록이 없다면, 잔디 위 다이아몬드에서 펼쳐지는 모든 행위는 가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기록이 있기에 야구가 존재한다.
그래서 KBO(한국야구위원회)에게 과거 KBO리그 기록을 전산 데이터화 하는 것은 오랜 숙제와도 마찬가지였다. KBO리그는 1982년 출범한 이후 아날로그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로 큰 변화를 겪었다. KBO리그가 경기 기록을 현장에서 온라인으로 입력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1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현장에서 기록원들이 손으로 작성한 기록지를 KBO가 팩시밀리로 받아 전산 프로그램에 입력 후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온라인 활성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그 이후 야구 기록은 더욱 수월하고 쉬워졌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입력한 기록들이 곧바로 DB가 됐다. 현재는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와 함께 기록의 정확성과 다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수월하게 신규 데이터들이 쌓이고 있지만 문제는 과거 기록이었다. 1997~2000년 사이의 기록은 우선적으로 작업을 마쳐 데이터화가 끝나 있었지만, 원년(1982년)부터 1996년까지의 데이터들을 본격적으로 살피면서 오류를 잡아내고 전산에 입력하는 작업을 2004년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초 드디어 16년에 걸친 장대한 작업이 끝났다. KBO는 "1982~1996년에 열린 6168 경기에 대한 기록을 확인하면서 약 1600여건의 오류가 발견돼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준호 코치의 통산 도루 기록(550도루→549도루), 정민철 단장의 통산 완투 기록(60번→61번), 이강철 감독의 통산 탈삼진(1749개→1751개)과 1995년 평균자책점(3.30→3.24) 한용덕 감독의 통산 탈삼진(1341→1344) 등의 기록이 수정됐다. 다행히 통산 누적 순위가 바뀌는 엄중한 오류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다만 과거에는 사람이 수기로 기록을 하다보니 미처 검토하지 못한 오류들이 발견됐다. KBO는 검토 과정에서 발견된 오류를 곧바로 수정해 데이터에 반영했다.
과거 기록들을 정확하게 DB에 입력하면서 보다 다양한 기록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팀이나 선수 개인의 주요 통산 누적 기록들은 이미 데이터화가 돼있었지만, 세세한 기록들에는 한계가 있었다. 몇몇 연속 기록을 포함한 특정 기록들에 대해서는 '1997년 이후'를 기준으로만 확인되기도 했다. 과거 기록이 데이터화되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감안해야 했던 부분이다. 명확하지 않은 기록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폭 넓은 기준으로 다양한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전준호, 정민철, 이강철, 한용덕의 통산 성적에서 일부 오류를 잡아낸 것처럼 집계가 돼있었던 과거 기록에 대한 신뢰도도 더욱 높아졌다.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인정하고 적용하는 것은 프로스포츠를 발전하게 만드는 요소다. 오랜 세월에 걸친 KBO의 노력이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기록으로 돌아와, 팬들의 흥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