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감독상은 도대체 어떤 기준을 두고 투표해야 하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가 조기 종료됐다. 이제 남은 건 정규리그 동안 고생한 이들을 위한 시상식.
리그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인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최고의 별인 MVP 경쟁은 김종규(원주 DB)와 허 훈(부산 KT)이 맞서고 있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외국인 MVP도 자밀 워니(서울 SK) 치나누 오누아쿠(DB) 캐디 라렌(창원 LG)가 박빙이다. 저마다 팀 성적, 개인 성적, 인기 등의 어드밴티지가 있다.
MVP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바로 감독상이다. 위에서 언급한 듯, 이번 시즌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5라운드 중 조기 종료됐다. DB와 SK가 28승15패를 나란히 기록, 공동 1위 인정을 받게 됐다.
여지껏 감독상은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감독에게 돌아가는 전유물 같았다. 우승이라는 성과보다 빛나는 지도자 평가 요소를 찾기 힘들기 때문. 프로농구 출범 이후 정규리그 우승 감독이 감독상을 못받은 건 1999~2000시즌 최종규 감독(당시 원주 삼보), 2009~2010 시즌 전창진 감독(당시 부산 KT) 두 차례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공동 1위팀이 나왔다. DB 이상범 감독, SK 문경은 감독 모두 감독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할까.
최종 성적이 같아도 지도력이나 평소 언행에서 차이가 있었다면 표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두 감독의 우열을 가리기는 너무 힘들다. 양팀의 전력차가 있었다면 전력이 약한 팀쪽으로 표가 가겠지만, 두 팀 모두 객관적 전력이 좋았다. DB는 FA 최대어 김종규를 영입했고, 시즌 도중 두경민까지 군 전역 후 돌아왔다. 기존 윤호영, 허 웅 등 주축 선수 라인이 탄탄했다.
SK 역시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자밀 워니, 애런 헤인즈 조합에 김선형, 최준용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라인업이 건재했다.
공교롭게도 양팀 모두 부상에 많이 울었다. DB는 허 웅이 발목을 연달아 다쳤고, 윤호영도 발등 골절상을 당했었다. SK는 최준용이 시즌아웃 되는 큰 부상으로 쓰러졌고, 리그가 중단되기 전 김선형도 없었다.
주축 선수 부상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면 점수를 잃을 뻔 했는데, 두 감독 모두 식스맨급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기를 탈피했다. 이 감독은 다른 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김민구, 김태술을 요긴히 활용했고 문 감독은 백업 가드 최성원을 주전급으로 성장시켰다.
두 감독 모두 매너도 훌륭하다. 경기 전, 경기 후 인터뷰에도 충실하고 팬서비스에도 늘 적극적으로 임한다.
딱 하나 차이가 있다면 상대 전적. 3승2패로 DB가 앞섰다. 하지만 6라운드에서 SK가 이겼다면 3승3패 동률일 수 있었기에 큰 의미는 없다.
두 감독은 연세대 선후배 출신이다. 이 감독이 2년 선배다. 평소 절친하다. 하지만 수상 앞에 선후배는 없다. 이 감독은 DB 감독이 된 첫 시즌인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생애 첫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이 감독을 울린 게 문 감독이다. 문 감독은 그에 앞서 2012~2013 시즌 감독상을 받았었다. 감독상 역대 전적도 1번 수상으로 팽팽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