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급 세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의 인기와 중·대형 고급 세단 양쪽에 각각 밀리면서 인기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준중형 세단 판매가 전년대비 18.8% 감소한 11만962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까지 낮아져 통계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준중형 세단은 '국민차'로 불리우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사로잡았다. 2010년 28만5203대가 팔리며 국산 승용차 시장의 23.4%를 차지했고, 2011년과 2012년 국내 전체 차종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에 아반떼가 등극,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가격이 비교적 낮게 형성돼 있으면서도 연비가 높아 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던 준중형 세단은 차체가 작아 운전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여성 운전자들의 선호도 또한 높았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준중형 세단보다 실내공간이 넓은 중형·대형 세단 선호도가 상승했다. 여기에 젊은 세대들의 '생애 첫 차' 수요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새롭게 등장한 '소형 SUV'로 몰렸다. 준중형 세단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5.8%, 2015년 13.7%, 2016년 12.3%, 2017년 11.0%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지난해 판매대수(11만9624대)는 2011년(24만1136대)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게 됐다.
올해 준중형 세단 차급은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절대강자 '아반떼'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 되찾기에 돌입한다. 현대차 '올 뉴 아반떼'(7세대)는 지난 3월25일 사전계약 시작 이후 하루만에 1만58대의 계약 실적을 냈다. 이는 아반떼 첫 출시(1990년) 이후 사전계약 기록으로는 최대 수치다. 올 뉴 아반떼는 외관 디자인의 대대적 개선과 넓어진 실내 공간이 주요 특징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위축돼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다시금 중요해지면서 준중형 세단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와의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긴 하지만 '아반떼 신차 효과'로 당분간 준중형 세단시장 축소 추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