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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호잉과 함께한지 3년째, 자나깨나 컨디션 걱정" 한화 김지환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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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BO리그의 외국인 선수에게 통역 요원은 리그 및 팬과 자신을 이어주는 존재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경기 컨디션부터 일상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해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언제나 그림자처럼 함께 움직인다.

김지환(33)씨와 한화 이글스의 인연은 올해로 5년째다. 김씨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관련 분야 취직을 준비하던 중 한화의 구인 공고에 마음이 움직여 지난 2016년 '독수리 군단'의 일원이 됐다. 과거 통역 일을 맡아본 경험은 전무했다. 하지만 무작정 부딪혀본 일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껴 올해도 한화와 함께 하고 있다.

윌린 로사리오부터 채드 벨까지, 입사 이후 그와 함께한 외국인 선수는 13명에 이른다. 2년간 함께 한 로사리오, 올해 3년째인 호잉과는 특히 각별하다. 로사리오가 팀을 떠날 때는 밤새 술을 마시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고, 2018년초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다시 만난 기쁨을 만끽했다. 호잉은 물론 딸 칼리와도 잘 지낸다.

서폴드와 벨, 호잉은 지난달 25~26일 입국했다. 하지만 아직 김씨는 세 사람과 회포를 풀지 못했다. 입국 직후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KBO는 만약을 대비해 14일의 자가 격리를 지시했다.

"선수들은 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어요. 정부와 KBO의 권고를 철저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전 통역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을 못하게 되니까, 컨디션이 무너질까봐 걱정되죠."

외국인 선수 3인방은 격리기간 내내 숙소인 대전구장 근처 아파트 문밖으로는 단 한 걸음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모를 감염은 물론 확진자의 동선에 걸려 격리 기간이 늘어나는 불상사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화는 청백전 경기에도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할 만큼 코로나19 예방에 철저한 팀이다. 구단 직원의 경우에도 선수단과 함께 지내는 운영팀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금한다. 반면 홍보팀 등 외부인과 일하는 직책은 선수단과 직접 접촉할 수 없다.

김씨는 선수단은 물론 프런트 직원과 외국인 선수 양쪽으로부터 준격리 상태다. 선수들이 주문한 물건이 구단 직원들로부터 김씨의 차를 거쳐 배달되는 과정도 철저하게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튜빙, 덤벨, 중량볼, 중량조끼, 저항밴드 같은 홈트레이닝 용품을 전달했어요. 선수들이 스트레칭,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호잉은 실내이긴 하지만, 자택에서 스윙 연습도 합니다."

요즘 김씨의 주 업무는 외국인 선수들의 식사를 대신 주문해 배달시키고, 격리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살피는 일이다. 호잉과 벨은 미국, 서폴드는 호주 출신이다. 햄버거나 스테이크, 샌드위치 등을 좋아하지만, 그 외에도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김씨는 "대부분의 배달 음식을 잘 먹는다. 배달 음식 자체보다 늦은 시간에도 빠르게 음식이 배달된다는 점을 신기해한다"며 웃었다.

타지 생활에는 익숙한 선수들이지만, 격리된 생활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걱정에 가족과 떨어지게 된 호잉과 벨의 외로움은 더하다. 그 마음을 달래는 방법 중 하나는 요리다.

"서폴드와 벨, 호잉 모두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호잉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꽤 노력하는 스타일이죠. 벨은 스테이크 요리 전문가입니다. 치킨이나 포크 스테이크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감자, 버섯 같은 걸 다채롭게 곁들여먹죠. 서폴드는 스테이크와 계란 요리를 즐겨합니다."

한화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2019년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재계약한 팀이다. '1선발' 서폴드는 지난해 31경기에 선발 등판, 12승11패 평균자책점 3.51 192⅓이닝의 호성적을 냈다. 벨은 11승10패 평균자책점 3.50 177⅓이닝을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한화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 듀오라고 부를만하다.

호잉도 무주공산이 된 외야에서 중견수까지 맡으며 분투했다. 9월 피로골절로 시즌아웃되기 전까지 2할8푼4리 18홈런 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800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비록 팀 성적은 9위였지만, 외국인 선수 3명만큼은 수준급이었다.

"항상 가깝게 지내던 선수들과 전화로만 이야기하려니 어색하긴 해요. 요즘 필요한 게 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운동이나 식사는 잘 하고 있는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선수들끼리도 자주 통화를 하면서 격리 생활을 이겨내고 있어요."

호잉과 벨은 오는 9일, 서폴드는 10일 오전 0시 각각 격리가 해제된다. 당장 청백전을 뛰기보다는 팀 훈련에 집중하며 오는 21일로 예정된 팀간 연습경기 출전을 준비하게 된다. 김지환 통역의 2020시즌이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