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제주의 아픔을 달랜 뜻깊은 연습 경기.
제주 유나이티드는 5일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자체 연습 경기를 치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K리그 개막이 연기되며 각 팀들은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점검을 하고 있다.
이날 제주의 연습 경기가 의미 있었던 건, 다른 데 있었다. 제주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 가슴 부위에는 붉은 동백꽃 문양 패치가 부착됐다. 남기일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가슴에도 동백꽃 배지가 달려 있었다.
제주에 4월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해방 이후인 1948년 4월3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 봉기로 인해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1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희생됐다. 지금까지 4.3사건으로 회자된다. 올해로 72주년을 맞이했다.
제주는 제주에서 4.3사건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그동안 4.3 희생자 추념일을 기리기 위해 애썼다. 동백꽃 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유족회 아이들을 경기장에 초청하기도 했다.
제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4.3사건 알리기에 나섰다. 시즌 개막 전 일찌감치 4월 한 달 동안 열리는 경기에서 동백꽃 패치를 유니폼에 달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식 경기가 진행되지 않아 선수들이 동백꽃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만약 4월 안에 K리그가 개막한다면 동백꽃 유니폼을 한 번이라도 세상에 알릴 수 있었지만, 현 추세를 봤을 때 4월 안에 시즌 개막을 알릴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제주는 5일 열린 연습 경기에서라도 동백꽃 유니폼을 입고 추모의 뜻에 동참하기로 했다. 비록 연습 경기지만, 선수들은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는 주민규, 아길라르가 골을 넣은 A팀이 임덕근의 골로 맞선 B팀을 2대1로 이겼다. 하지만 이날 연습 경기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주장 이창민은 "제주에서 4월에 피는 동백꽃의 의미를 알고 있다.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안현범 역시 "동백꽃을 달고 경기를 뛰니 더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희생자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