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좋은 동료였고 지금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혹시 다시 만날 수도 있을까.
스프링캠프에 묶여 하루하루가 불안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에게 도움의 손을 뻗은 러셀 마틴(37) 이야기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외신에 따르면, 아내 배지현씨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머물며 제한된 상황에서 개인운동을 하던 류현진이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러셀 마틴의 집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했다.
더니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마틴은 류현진을 초대하기 전 토론토 포수 대니 잰슨과 연락해 오도가도 못한 신세인 류현진의 거취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마틴이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지고 제안하자 류현진은 배려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제이스저널은 이와 관련해 6일 '류현진이 팬데믹 기간 마틴의 집에 머물면 도움되는 게 많다. 마틴과 함께 훈련하면서 경기에 적합한 몸을 만들 수 있고, 조만간 캐치볼을 함께 할 파트너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마틴이 현재 소속팀이 없는 FA라는 점이다. 마틴은 지난해 다저스에서 8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 6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FA 시장에서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지도 못했다.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3월 초까지 계약하자고 나선 구단이 없어 은퇴 가능성도 높아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선수생활 연장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스저널은 '마틴은 현재 계약된 몸이 아니지만, 올해도 선수로 뛰기를 원한다. 메이저리그가 재개되면 자신의 15번째 시즌도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하지만 짐작건대 공식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한다면 다른 일자리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마틴은 토론토와 인연이 깊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토론토에서 활약했다. 2014년 시즌을 마치고 토론토와 5년 82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토론토에서 4년간 44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5리, 66홈런, 211타점을 올린 뒤 지난해 다저스로 트레이드돼 류현진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30대 중반을 넘어 공격보다 수비형 포수로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류현진의 전담 포수나 다름없었다. 류현진은 마틴과 20경기에서 배터리를 130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52, 피안타율 2할1푼5리를 기록했다.
제이스 저널은 '마틴이 여전히 블루제이스 구단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토론토 포수진은 잰슨이 주전이고, 백업으로 리즈 맥과이어(25)와 케일럽 조셉(34)이 꼽힌다. 맥과이어는 지난해 30경기에 출전했고, 조셉은 지난해 애리조나에서 20경기에 출전한 뒤 오프시즌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젊은 투수가 많은 토론토로서는 투수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경험많은 베테랑 포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제이스 저널은 '마틴은 토론토와의 계약 첫 2년간 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토론토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게 전적으로 마틴 덕분은 아니지만, 그를 영입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건 분명하다'고 했다. 토론토는 마틴 영입 첫 시즌인 2015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2016년에는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 무대에 섰다.
마틴이 부상과 부진,높은 몸값 때문에 토론토에서 내쫓기다시피 떠났지만, 류현진의 도우미로 나선 지금은 토론토가 재영입을 검토할 명분은 있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