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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괴물' 닮은꼴 노성호, 닮은듯 다른 해법의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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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좌완 노성호(31)는 '100m 밖 류현진'이다.

멀리서 보면 체구도 폼도 류현진과 매우 흡사하다. 그만큼 유연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투수. 하지만 프로 입단 첫해부터 꽃을 활짝 피우며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류현진과 달리 노성호는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문제는 제구였다. 묵직하고 빠른 공과 좋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지만 100% 활용하지 못했다. 들쑥날쑥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2012년 NC 다이노스 우선지명으로 프로 입단 이후 단 한번도 전성기를 누려보지 못했던 이유.

'만년 유망주'로 어느덧 초조해질 나이인 서른을 넘겼다. 설상가상 지난해 부상까지 겹쳤다. 그에 대한 기대감이 예년 같지 않았다.

결국 노성호는 2차 드래프트 시장에 풀렸다. 좌완 불펜이 필요했던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입단 후 첫 환경 변화. 각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잘하고 싶고,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이전 팀 NC 팬분들께도, 지금 팀 삼성 팬분들께도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노성호가 던진 말.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있다. 투구 지향점이다.

이전까지는 늘 제구에 공을 들였다. '저렇게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데 제구만 잡힌다면', 늘 이런 가정 속에 살았다. 볼넷은 그에게 노이로제였다.

하지만 삼성 허삼영 감독과 정현욱 투수코치의 생각은 다르다. 허 감독은 "선수가 잘 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노성호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장점은 묵직한 빠른 공이다. 부담 없이 마음껏 뿌리면 알고도 못친다. 코칭스태프는 그 점에 주목했다. 내려진 주문은 '가운데 보고 마음껏 던져라'였다.

제구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었다. 남들이 감탄하는 '구위'에 집중했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볼넷 주더라도 제구 신경 쓰지 말고 세게 가운데 보고 던지라'고 하셨어요. 여기 와서 워낙 편하게 자율적으로 제 폼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장점 살리기.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 볼넷에 대한 강박을 버리니 오히려 볼넷이 줄었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눈에 띄게 볼넷이 사라졌다. 최근 청백전 2경기 연속 퍼펙트 행진 중이다. 지난달 31일 2이닝을 23구 만에 6타자를 돌려세웠다. 4일 청백전에서는 1이닝 동안 3타자를 단 13구 만에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범타 처리했다.

이날 경기 후 노성호는 구단을 통해 전한 인터뷰에서 "시합에 앞서 정현욱 코치님이 가운데만 보고 강하게 던지라 주문하셨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던지기보다는 코치님이 주문하신대로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최근 2경기에서 볼넷 없이 좋은 내용이 나온 것은 코치님의 조언 덕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주력해온 '포수 미트만 보고 힘껏 던지기' 효과가 나오고 있는 셈.

류현진 닮은 꼴로 8년의 프로 생활을 한 노성호. 그는 피칭스타일 만큼은 '괴물'과 전혀 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류현진 처럼 구석구석을 찌르는 공이 아닌 '칠테면 쳐보라'는 식의 강력한 정면승부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새 팀에서 새 출발,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