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2∼3년 더 뛰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농구 레전드 서장훈(46)은 양동근(39)의 은퇴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상에 있을 때 '쿨'하게 물러나겠다고 결심한<스포츠조선 3월 31일 단독 보도> 양동근은 1일 눈물의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지도자로 새출발을 다짐했다.
'현역 레전드'의 퇴장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다른 심경으로 바라 본 이가 '형님 레전드' 서장훈이다.
공교롭게도 서장훈은 양동근이 은퇴를 발표하기 직전 양동근을 '강추(강력추천)'했다. 스포츠조선 창간 30주년 특별 인터뷰<3월 20일자>에서다.
서장훈은 당시 인터뷰에서 '지금 현역이라면 같이 뛰면 좋을 것 같은 선수'로 양동근을 지목했다. "현역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양동근이다. 현재 한국농구 현실에서 후배들이 보고 따라가야 할 선수다."
서장훈은 "양동근은 특히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에너지 넘치는 게 강점이다. 그런 정신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후배들이 이런 점을 배워야 하는데 그런 선수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양동근을 극찬했다.
그랬던 서장훈은 양동근의 은퇴 발표가 난 뒤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서장훈과 다시 인터뷰를 가졌다. '은퇴' 양동근에게 따라 붙은 수식어 '꾸준함', '성실'에 서장훈은 '모범'이란 단어를 더했다.
서장훈은 "양동근은 어떤 선수보다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했다. '양동근'이라 하면 항상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선수를 떠올리게 된다"면서 "사실 물러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후배의 결단을 응원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 농구 경기를 보면서 "동근이는 2∼3년 더 뛰어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단다. 여기에 양동근에게 마지막이 된 올시즌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것도 서장훈의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도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대단하고 그것 역시 양동근답다. 여러모로 후배들이 많이 본받아야 할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양동근의 '지도자' 도전에 대해서도 '모범' 수식어를 빼놓지 않으며 성공을 확신했다. "양동근이라면 분명히 좋은 지도자가 된다. 누구보다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보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후배들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훗날 동근이가 가르치는 선수들도 양동근을 본받고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동근과 같은 팀에서 뛰어보지 못한 게 아쉽다던 서장훈은 양동근과의 유일한 추억도 떠올렸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이다. 서장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양동근과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때다.
당시 서장훈은 대표팀 맏형이었고, 양동근은 프로 2년차, 막 커가는 '떡잎'이었다. 둘은 그해 2005∼2006시즌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를 공동 수상했다.
서장훈은 대표팀에서 함께 하면서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을 절감했던 모양이다. "훈련자세부터 자기관리까지…, 당시 동근이는 어린 후배였지만 농구에 대한 여러가지 면에서 국가대표 선수 중 최고였다. '동근이가 빨리 성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시절, '형님 레전드'가 알아 본 '떡잎'은 틀리지 않았다. 양동근이 '모범 선수'의 대명사로 레전드 명단에 오르게 됐으니 말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