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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계속되는 '솥뚜껑 해프닝', 개막논의 '최악의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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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KBO)=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자라보고 놀란 가슴, 소댕(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한번 제대로 겁을 먹으면 트라우마가 된다. 일상이 된 코로나19가 포비아를 양산하고 있다. 공공 장소에서 손만 닿으면 부리나케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바른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더더욱 꺼려진다. 어느 구름이 비를 품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철저한 위생 관리는 필수지만, 심해지면 강박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 모두 하염 없이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1명이 감염되면 올스톱 되는 단체 스포츠 특성상 '과잉 대응'은 불가피하다. 이미 '솥뚜껑 해프닝'은 수차례 있었다. 거의 대부분 구단이 귀국 후 한번씩은 훈련을 중단했다. 선수단에 의심 환자나 확진 접촉 가능성만 있어도 올스톱이다. 범위도 넓다. 선수나 구단 직원 가족이나 협력 업체 직원의 모든 동선이 경계 대상이다. 이러다보니 이같은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두산 베어스는 2일 "(전날) 폐렴 소견을 받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던 소속 선수가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선수는 3월 31일 훈련 후 옆구리에 불편함을 느껴, 1일 아침 CT 및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다. 발열이나 기침, 객담 등의 증상없이 옆구리 부위에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에 처음에는 근육 부상을 의심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난데 없이 폐렴 소견이 나왔다. 곧바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두산 구단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1일 오후 예정된 훈련을 전면 취소하고 출근한 선수들을 돌려보내 자택에 머물게 했다. 2일 오전 훈련 역시 취소됐다. 잠실구장 설비공사로 3일 훈련은 불가능하다. 결국 해프닝으로 사흘 간 팀 훈련을 못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이같은 일이 장기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병원 등을 중심으로 집단발병과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보는 여전히 심각 단계다. 미국 유럽 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어 우리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일 뿐 여전히 경계를 풀 수 없는 상황이다. 자가격리 수준의 재택 장기화 속에 전 국민이 심리적으로 지쳐가고 있다. 마음이 살짝 풀어져 종교활동, 사적 모임 등 단체활동을 조금씩 늘려갈 수 있다. 내재적 위험 요소다. 외부적 위험 요소도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사회적 접촉을 이어가는 입국자도 여전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는 한 프로야구의 '솥뚜껑 해프닝'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시즌 중 경기를 바로 앞두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아침에 일어나 미열만 나도 해당 선수는 야구장에 올 수 없다. 해당 선수가 만약 그날 등판이 예정된 선발 투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KBO 측은 일관되게 "경기력 보다 선수단과 팬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시즌 축소 가능성 등을 폭 넓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적 시나리오를 쓰자면 한이 없다. 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건강,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정책과 대안 마련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이뤄져야 한다. 개학을 논의중인 정부도, 개막을 논의중인 KBO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콘텐츠팀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