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정)지윤이가 놀라서 '그럼 저 이제 센터는 안해요?'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V리그 현대건설 정지윤은 이번 시즌 눈에 띄게 성장한 선수 중 한명이다. 지난해 흥국생명 이주아를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던 정지윤은 올 시즌 팀 선배 양효진과 함께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리그 속공 성공율 2위(49.59%), 블로킹 9위(0.47개) 등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2001년생, 이제 프로 입단 후 2시즌을 마친 선수지만 그는 이번 시즌 개인 기록만 스스로 여러 차례 경신했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정지윤의 기량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차기 국가대표로도 언급될 수 있다. 문제는 포지션이다. 이도희 감독은 센터로는 기회가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신장 1m80인 정지윤이 센터로는 작은 키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도희 감독은 시즌 종료가 결정된 후 정지윤에게 전화 한통을 걸었다. 올 시즌부터 레프트 훈련을 시작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이도희 감독은 "결국 지윤이가 더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이드 공격수로 커야 한다. 그래서 얼마전 통화를 하면서 레프트 훈련을 해보자고 제안했더니, '그럼 저 센터는 안해요?'라고 깜짝 놀라 물어보더라. 그래서 '그렇게 되면(센터를 안뛰면) 너가 경기를 못뛴다'고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줬다"며 웃었다.
이 감독이 세운 계획은 처음에는 센터와 레프트를 비슷한 비율로 나서다가 조금씩 레프트 출전 비율을 늘려가는 것이다. "올 시즌은 센터와 레프트를 50대50이라면, 내년에는 30대70, 그 후에 레프트 100으로 차근차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감독의 생각이다. 물론 다시 도전을 해야하는 입장이 된 정지윤은 걱정이 될만도 하다. 이도희 감독은 "지윤이가 '만약에 레프트를 해보고 잘 못하면 그냥 센터만 해도 돼요?'라고 물어보더라. 당연히 레프트를 처음부터 쭉 잘하는 선수는 없다. 공격은 생각대로 될지 몰라도 리시브와 수비는 절대 생각대로 안되는 포지션이다. 상대가 때리는 것을 예측해야 한다. 공격은 한가지만 생각한다고 하면, 공을 받는 것은 최소 5개를 생각해야 그중 하나가 들어온다. 그 모든 것을 다 생각하고 대비하며 힘든 시간을 거쳐야 한다"면서 "일단은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말했다. 또 지윤이는 원래 고등학교때 레프트를 했던 선수라 아주 어색한 포지션은 아니다. 전혀 안해봤던 센터도 했는데, 원래 포지션인 레프트를 다시 하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나. 기술이 조금 더 어려워진 것 뿐"이라며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비시즌동안 열심히 훈련을 한 후 다음 시즌부터는 '레프트 정지윤'을 종종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선수의 장래를 생각했을 때는 분명 의미있는 도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