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 김대유(29)와 삼성 라이온즈 임현준(32).
좌완 사이드암, 마운드의 보기 드문 '레어템'이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각도다. 김대유는 조금 스리쿼터에 가깝고, 임현준은 살짝 언더스로우에 가깝다.
확실한 건 타 팀 1군 엔트리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의 투수들이란 점이다. 왼손 타자를 무력화 하는 장점도 같고, 반대로 오른손 타자에게는 살짝 부담을 느끼는 단점도 같다.
▶'공유' 속에 영글어 가는 '동상동몽(同床同夢)'
고민과 애환이 비슷해서일까. 두 선수는 개인적으로 무척 가깝다. 야구장에서 오가다 만나면 반드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아, 대유요. 저희는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눠요. 공유할 게 많은 사이죠. 서로 가진 정보를 교환한다고 해야할까요. 예를 들면 왼손 타자 상대 요령 같은거?"
오키나와 캠프 당시 아카마 볼파크에서 만난 임현준의 증언이다.
"현준이 형이요, 너무 좋으세요. 늘 연구하고 노력하시고 빈 틈이 없는, 정말 배울 점 많은 선배죠. 경기장에서 몸 풀러나갈 때나 심지어 예전 2군에서 만날 때 마다 제가 먼저 '형, 안녕하세요'하고 인사 드려요. 올해는 형하고 저, 함께 흥했으면 좋겠어요."
역시 오키나와 캠프 당시 구시가와 구장에서 만난 김대유의 증언. 그의 바람 대로 올 시즌은 두 선수 모두 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임현준은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절반에 가까운 71경기에 등판 1승 무패, 8홀드, 3.4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자신감과 경험치가 부쩍 상승했다. 지난해 팀 내 유일했던 믿음직한 좌완 불펜. 올해 또 한번의 커리어 하이를 찍을 참이다. 지난 해 말, 신부 곽명선씨와 결혼을 하면서 투철한 성공 의지가 더욱 단단해졌다. 오키나와 캠프부터 귀국 후 청백전까지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대유는 데뷔 후 최고 시즌을 이미 예약했다. 호주와 오키나와 캠프를 거치면서 코칭스태프에게 제대로 눈 도장을 찍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캠프 투수 MVP는 김대유"라면서 "진해수와 함께 좌완 불펜 한자리를 맡을 공산이 크다"고 공언했다. 불펜 뿐 아니다. 왼손 라인업이 강한 팀을 상대로 스팟 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천후 카드다.
▶'우연'이 이끈 좌완 옆구리 투수의 탄생
두 선수, 원래부터 옆구리 투수는 아니었다. 프로에 와서 팔 각도를 낮췄다. 변신 계기도 흡사했다.
김대유의 증언. "2017년 봄이었죠. 우연치 않은 계기였어요. 담이 걸려서 목이 안 돌아가서 캐치볼을 사이드암으로 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김경태 코치님께서 '어, 괜찮은데 해보지 않을래?' 하셔서 시작하게 됐죠."
임현준의 증언. "5년 전 제구, 구속 모두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한번 옆으로 던져봤어요.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손 끝의 감각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감각이 너무 좋아서 어색하기 보다 '와 이거다' 하는 마음으로 계속 팠던거 같아요."
▶#생존 #도전 #우타자, 그리고 체인지업
이제는 도전은 제2막으로 접어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두번째 과제가 놓여있다. 오른손 타자 극복이다.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이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 시즌 부터 원포인트 릴리프를 금지했다. 최고 3타자 상대가 의무화 됐다. 머지 않은 미래에 KBO 리그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더 이상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설 자리는 없다. 롱런을 위해서는 우타자를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준비한 무기가 있다.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체인지업이다.
김대유의 증언. "저는 왼손 타자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습니다. 늘 대타가 나올 확률을 염두에 두죠. 결국 우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잡아내야 많은 이닝 책임질수 있고, 더 많은 기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난해 부터 체인지업이 잘 안 되도 계속 던집니다. 그래야 타자들이 저 투수에게 체인지업이 있구나 하는 인식을 하니까요. 실전에 쓸 수 있는 구종이 돼가고 있어요. 직구 처럼 던지는데 변화가 괜찮아요."
임현준의 증언. "작년부터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정작 시합 때는 무조건 타자를 잡아야 해서 좀처럼 던질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반드시 던지려고요. 이미 연습을 많이 했고, 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던지고 있습니다. 완성도를 떠나 올해는 무조건 던질 수 있는 제 구종으로 만들어야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루 오션을 개척하며 마운드 위 레어템으로 자리매김 한 두 선수. 존재감을 부각시켰던 바로 그 희소성을 뛰어 넘어야 할 시간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카멜레온 처럼 변신해온 두 선수. 또 다른 도전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다. 끊임 없는 노력 속에 변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임현준과 김대유. 그들이 사는 세상 속 동반 약진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