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다들 금방 개막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 잡기 어려워지니까요."
긴 기다림에 선수들이 지치고 있다. KBO리그 선수들은 팀 훈련과 개인 추가 훈련으로 개막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다만 유일한 실전 경기는 팀 자체 청백전 뿐이다. 한달 가까이 단조로운 패턴이 이어지다 보니 심리적으로 가라앉아있는 기분도 든다.
두산 베어스 허경민도 마찬가지다. 허경민에게는 올 시즌이 더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국 직전 코뼈 부상을 당했던 허경민은 결국 1군 선수단과 함께 캠프를 치르지 못했다. 수술 후 뒤늦게 2군 캠프에 합류했고, 캠프 일정을 마친 이후 1군에 합류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나섰다. 다행히 수술 부위에는 이상이 없다. 허경민은 청백전에서도 연일 공수에서 맹활약 중이다. 29일 열린 청백전에서는 3타수 3안타로 타자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타격감을 발휘했다. 허경민은 "코는 괜찮다. 물론 공을 맞으니까 굉장히 아팠고, 또 그렇게 될까봐 무섭지만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신경쓰지 않으면 괜찮다"며 웃었다.
개막을 기다리며 가장 힘든 부분은 '마음 잡기'다. 허경민은 "사실 마음은 개막일이 확정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개막일이 확정돼서 그때 마음을 잡으려고 하면 어렵지 않겠나. 훈련도 목표가 없으면 지칠 수 있다. 개막이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장감 유지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개막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허경민이 감탄한 것은 팀 동료들의 자세다. 선수단 분위기도 사실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 두산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다. 정확한 기약 없는 훈련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경민은 "그런데 우리팀 선수들은 대단하다. 모든 선수들이 이런 와중에도 자기가 필요한 부분들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정말 노력한다. 어린 후배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다"며 스스로에게도 동료들의 모습이 자극이 된다고 했다.
모든 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더이상의 확산 없이 예정대로 4월말 개막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다. 자칫 힘이 빠질 수 있는 남은 한달을 어떤 자세로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허경민은 "지금처럼 남은 시간도 보내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모두의 건강이 첫번째다. 언제 확정될지 모르지만 개막을 하면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개막 연기'에 대처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