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난달 26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개봉을 한 달간 미뤄야만 했던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싸이더스 제작)이 끝내 스크린을 포기,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하게 됐다.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리틀빅픽처스와 새로 배급을 맡게된 넷플릭스는 23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4월 10일 단독 공개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을 연기한 신작들 중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개봉을 변경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에서 10대 청춘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 섬세한 연출력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괴물 신예'로 등극한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에 신작이자 이제훈, 박정민의 재회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여기에 충무로의 대세 배우로 손꼽히는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까지 가세해 2월 기대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전 세계 최초 공개됐고 외신으로부터 '멈추지 않는 긴장의 연속'(Hollywood Reporter) '윤성현 감독만의 분위기를 살린 스릴러 영화'(Variety) '풍부한 상상력을 갖춘 훌륭한 스릴러'(Theupcoming)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스릴러'(Uncut movies) 등의 호평을 받으며 관심을 받았다..
베를린영화제 후광을 톡톡히 받은 '사냥의 시간'은 이런 여운을 이어가 지난달 26일 곧바로 국내에 개봉, 힘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면서 고민 끝에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 '사냥의 시간' 측은 개봉 연기를 결정할 때까지만 해도 3월 중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해 3월 개봉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악화된 상황에 결국 다른 방안을 찾게 됐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사냥의 시간'은 2018년 1월 첫 촬영에 돌입해 7월 15일 크랭크 업, 이후 약 1년 6개월의 후반 작업이 걸린 작품으로 개봉까지 꼬박 3년의 시간이 투자된만큼 더는 개봉을 미룰 여유가 없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예고편 제작 및 여러 홍보 마케팅을 시작한 '사냥의 시간'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끝내 OTT 플랫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360도 서라운드 입체 사운드를 선사하는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된, 말 그대로 스크린에 최적화된 작품이지만 아쉬운대로 안방 TV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됐다.
리틀빅픽처스 측은 "오랜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을 전 세계 190개 국에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이 계속되고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 더 많은 관객분들에게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개봉 결정에 영화계는 입장이 엇갈렸다. 고사 상태와 마찬가지였던 극장가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줬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극장가 산업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갈렸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영화 산업은 고사 상태나 다름 없었다. 성수기에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들로 관을 잡지 못한 중·소 규모의 영화들이 겨우 개봉을 할 수 있는 시즌이 봄, 가을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마저도 개봉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OTT 플랫폼을 통해 완성된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된 것만으로도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는 희망적인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극장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기엔 너무 리스크가 크다.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그동안 개봉이 밀린 다른 신작들도 OTT 플랫폼을 통해 개봉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OTT 플랫폼으로 개봉하는걸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지만 영화인으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결정이다. 특히 '사냥의 시간'의 경우 스크린으로 봤을 때 영화적 쾌감이 더욱 느껴지는 작품인데 TV로 봤을 때 이런 쾌감이 고스란히 전해질지는 미지수"라며 "또 한국 영화는 관객의 사랑과 신뢰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OTT 플랫폼이 확장된다면 영화의 질적 향상과 극장 산업의 발전이 불투명하게 된다. 영화 전반의 생태계를 뒤흔드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