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런 변이 있나?'
'기-승-전-변'이다. 서장훈-안정환이 방송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일로 꼽은 '황당사건'은 '변(便)'으로 귀결됐다.
서장훈 안정환은 스포츠조선 창간 30주년 인터뷰를 하면서 꼭꼭 숨겨왔던, 가장 황당했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른바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시청자는 모르는, 방송 중 비하인드 스토리인 것이다. 한참 기억을 더듬던 서장훈은 5년 여전 진땀흘렸던 일화를 떠올리며 껄껄 웃었다.
2014년쯤 '사남일녀(MBC)'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다. 녹화 장소는 한 외딴섬 시골집. 서장훈은 제작-출연진과 함께 뭍에서 섬으로 들어갈 때 뱃속에서 야릇한 '이상신호'를 느꼈다.
평소 '장트러블'이 잦았는데 뭔가 탈이 난 모양이었다. 촬영에 들어갔지만 밀려오는 거북함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히 딱 하나 있는 시골집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민속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재래식 화장실. 서장훈이 깔끔한 성격이지만 청결상의 문제는 아니었다. 구조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나무 판자 디딤판을 깔아놓고 두 발을 의지해야 하는 구조인데, 서장훈같은 거구가 올라앉았다가는 곧바로 무너질 것 같았다. 주변에서 안전을 우려해 만류했다.
차선책으로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이라도 엄폐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워낙 작은 섬이라 야산도 없어 어디 숨어서 급한 일을 해결할 마땅한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급히 동네 아저씨에게 'SOS' 신호를 보냈다. 배를 불렀다. 육지와 멀지 않아 썰물 때에는 땅이 드러나기 때문에 뛰어서라도 갈 수 있었지만 하필 밀물이었다.
서장훈은 '그곳' 끝까지 엄습한 '고통'을 간신히, 간신히 참았다가 '상륙작전'에 성공하고 나서야 깊은 안도의 '분출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장훈은 "녹화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얼마나 식은땀이 났던지 지금 생각만 해도 진땀이 나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정환이 "장훈형이 화장실에 민감해요. 어라? 비슷한 사건 또 있는데. 그것도 '변'이네"라고 키득거리며 '후속편'을 공개했다. '꽃놀이패(2016∼2017년 방송)'를 함께 촬영할 때다.
지방 변두리 지역으로 녹화를 떠났는데 이때도 서장훈의 '그곳'에 이상신호가 왔다. 급하게 또 화장실을 찾았지만 지방도로에서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필 둘이 같이 타고 있던 차가 촬영 소품으로 동원된 경차 '모닝'이었다. 서장훈은 옆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운전사 안정환을 재촉했다. 한동안 헤맨 끝에 근처 리조트를 찾아낸 안정환의 '기지' 덕분에 다행히 '폭발' 직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안정환은 "장훈형이 키가 커서 들어가지도 않는 경차에 몸을 구겨넣고 '급하니까 살려달라. 빨리 화장실 찾아가자'고 애원하던 표정은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면서 "상상해보세요. 그 큰 덩치가 경차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쌀까봐 벌벌 떠는데…"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파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