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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강행]IOC는 왜 악수를 두었나. '볼모'가 된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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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무책임하다. 플랜B는 있는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은 매우 뜻밖이었다. 처음 결정 내용을 접하고 난 뒤 한 동안 '이게 정말 사실인가'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아마도 지난 17일 밤(한국시각)에 나온 IOC의 '도쿄올림픽 7월 정상 개최 강행'에 관한 내용을 접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충격적인 IOC의 올림픽 정상개최 성명

이날 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주관으로 종목별 국제경기연맹(IF) 대표자 회상회의를 열었다. 바흐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종목별 예선 진행 상황을 확인한 뒤 "6월30일까지 선수 선발을 마친다면 7월에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개최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이날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개최한 뒤 성명을 통해 "IOC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도쿄올림픽이 4개월 이상 남은 현재, 어떠한 추측도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열겠다는 뜻이다.

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며 심각한 경고를 했던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맥락의 결정이다. 팬데믹 선언 이후 각국이 자국민의 해외 및 국내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등 비상 조치에 들어갔음에도 IOC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림픽 강행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런 결정에 전세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인들의 반발은 더 컸다.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결정임에도 IOC가 너무나 무책임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 여자아이스하키의 레전드'로 현재 IOC 위원이기도 한 헤일리 위켄하이저는 "IOC의 결정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하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쏟아지는 세계의 비판

이번 올림픽을 위한 성화 봉송에 나설 예정이던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카테리나 스테파니디 역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상황임에도 IOC는 연기나 취소 대신 선수들에게 대회를 준비하라고만 한다. 올림픽이 열리지 않게 될 경우 플랜B는 무엇인가"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IOC는 같은 말만 한다"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IOC는 왜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고, 반대 의견도 큰 상황에서 계속 올림픽 정상개최를 내세우는 것일까. 일단 IOC의 명분은 '상황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다. 즉, 대회 개최 예정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

IOC는 성명서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이 도쿄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상황은 매일 변한다. (개최까지)4개월 이상 남은 현재는 어떤 추측이든 역효과를 낼 것이다. 각국 정부의 조치들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 호전의 가능성을 믿고, 예정된 일정을 유지하는 게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게 IOC의 입장이다. 듣기에는 그럴 듯 하다.

▶무리한 정상개최 결정의 이유

하지만 이러한 강수의 뿌리에는 결국 돈과 정치적 역학관계가 개입돼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한 개최국 일본, 그리고 방송 중계권료로 또 큰 돈을 쏟아 부은 미국 등 초강대국들은 어떻게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길 원하고 있다. 혹시 흥행이 좀 부실하더라도 연기나 혹은 취소보다는 훨씬 얻는 것이 많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결국 IOC의 '정상개최 강행' 성명은 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볼모로 잡은 채 일본의 입장만을 세워준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이 과연 얼마나 실행력이 있을까라는 점이다. 이미 전 세계의 스포츠 시계는 멈춰선 지 오래다. 유럽의 5대 축구리그, 미국의 NBA가 코로나19의 공포로 중단됐다. 유로 2020은 아예 2021년으로 미뤄졌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개막을 5월 이후로 추가 연기했는데,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결국 아무리 IOC나 일본이 대회 정상 개최를 내세워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불가능해질 수 있다. IOC는 대회 정상개최의 전제조건으로 '6월30일까지 선수선발을 마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바꿔 말하면 종목별 선수 선발이 6월까지 완료되지 못하면 7월 개최론이 성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확산 추세가 잠잠해지는 한국이나 중국과는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확산이 시작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종목별 선수 선발전 일정도 원활히 치러지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IOC가 입장을 번복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