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배드민턴의 올림픽 출전권 경쟁에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다음달 12일까지 예정된 모든 국제대회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4월21∼26일 개최키로 했던 아시아선수권대회도 취소됐다. 유럽연맹에서 비슷한 기간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를 취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15일 막을 내린 전영오픈을 끝으로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올림픽 배드민턴은 1년 동안 각종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포인트를 합산한 랭킹에 따라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4월 말이 마감이다.
취소된 대회 중에는 말레이시아오픈(슈퍼750), 인도오픈, 싱가포르오픈(이상 슈퍼 500) 등 대회 등급이 높아 포인트도 많이 걸린 대회들이 있다. 아시아선수권도 슈퍼750 등급이다.
이들 상위 등급 대회를 통해 포인트를 끌어올리려고 했던 각국 대표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BWF는 올림픽 참가 자격 포인트와 관련된 규정에 대해 추후 발표한다고 했다. 발표 시기가 4월 중순 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 팬데믹을 몰고 온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올림픽 레이스 중단 사태는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 번째가 전영오픈에서 레이스를 끊는 것이다. 전영오픈까지 축적된 포인트 랭킹을 기준으로 출전권을 주는 것이다.
올림픽 배드민턴은 단식의 경우 1∼16위, 복식의 경우 1∼8위에 2명 이상 선수가 들어 있으면 국가당 2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명 출전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인 6월까지 레이스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취소됐던 대회를 5, 6월에 늦게라도 개최해 포인트 축적 기회를 더 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첫 번째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게 협회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엔 배드민턴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 BWF 집행부는 유럽권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다.
반면 각 종목별 세계랭킹 상위권은 스페인, 덴마크 등 일부를 제외하고 일본,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평정하고 있다.
BWF 입장에서 레이스 기간을 6월로 연장해봐야 별로 실익이 없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유럽권으로 전파된 이상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대회를 다시 치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영오픈을 끝으로 랭킹을 끊을 경우 일부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여자단식의 경우 세계 9위(이하 전영오픈 직전 기준) 안세영이 안정적인 가운데 12위 성지현과 15위 김가은이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안세영과 김가은은 전영오픈에서 1회전(32강) 탈락했지만 성지현은 16강까지 진출했기 때문에 순위가 어떻게 흔들릴지 모른다.
이소희-신승찬(세계 4위), 김소영-공희용(5위), 장예나-김혜린(9위), 정경은-백하나(12위) 등 4개조가 치열하게 경쟁중인 여자복식도 마찬가지다. 전영오픈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이소희-신승찬은 안정권이라 하더라도 나머지 조들은 취소된 남은 대회에서 순위 변동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랭킹을 볼 때 당초 예상했던 전체 출전권 갯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경쟁 중인 종목에서 억울하게 눈물을 흘려야 하는 선수들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