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인 지역감염으로 번지면서 인체의 면역력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면역력이 강하면 무증상이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반면, 노령이나 기저질환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은 사망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면역력이란 무엇인지,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면역력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면역력은 인체에 침입한 적군을 진압하는 '국방 체제'
사람의 몸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적군'이 외부에서 침입하면 출동해서 전투를 벌이는 국방 체제가 마련돼 있는데, 이것이 면역 시스템이다.
보균자의 침 등을 타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내 몸의 점막을 넘어 들어오면, 우선 비만세포가 이를 알아챈다. 비만세포는 바이러스가 침투한 곳의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에 포함돼 있는 백혈구, 대식세포 등을 보내서 바이러스를 소멸시키게 한다.
이와 같은 국지전에서 바이러스가 승리하면, 인체는 2단계 전면전에 돌입한다. 전면전은 인체 곳곳에 있는 림프절이 지휘한다. 림프절에는 평소 T세포와 B세포라는 훨씬 강력한 병력이 모여 있다. 이들이 국지전에서 승리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이다. 이 전면전에서 인체가 승리하면 코로나19 감염증에서 회복하는 것이고, 패배하면 감염된 사람은 본격적인 질병을 앓게 되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것이다.
T세포의 일부는 전투에서 승리하면 침입자(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을 기억해 다음 번에 다시 침입할 경우 쉽게 싸워서 이긴다. 이를 의학용어로 '항체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예방백신은 이와 같은 T세포의 침입자 기억능력을 활용한 것이다. 미약한 강도의 병원균을 사전에 우리 몸에 주사하면 면역 시스템이 가볍게 진압한 뒤 T세포가 침입 병원균의 특징을 기억하도록 해서 차후 본격적인 감염에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은 개발돼 있지 않다.
▶코로나19 실전 상황엔 '심리방역'도 중요
인체의 면역력은 하루이틀에 갑자기 증강되지는 않는다. 반면, 심신의 균형을 잃으면 면역 시스템의 정상 가동에 악영향을 미쳐 코로나19에 더욱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배승민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건강의학에는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만큼 심리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서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격리 시설에 입소한 확진자들 뿐만 아니라 자가격리자·재택근무자들 역시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외부활동이 줄고 감염병 확산에 대한 정보에 노출되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불안감과 공포감을 넘어 신체적 균형감과 면역력마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심리적 방역이 뚫린 것'이라 진단하며, 마음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과도한 불안은 인간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만들고, 심신의 에너지를 소진시켜 면역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은 입원 및 격리기간 걱정, 불안, 우울, 외로움, 불면증, 죄책감 등이 올 수 있다. 이는 격리기간중 생길 수 있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으로, 긍정적 자세로 부정적 감정을 이겨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 '목이 간질간질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등의 신체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면 심리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외부 활동을 제한하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심리 방역을 어떻게 해야 할까?
충분한 수면, 적절한 실내 운동, 규칙적인 생활이 기본이다. 또한 힘든 상황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안정도 심리 방역에 중요한 요소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김종우 교수(한방신경정신과)는 "모처럼 '집에서의 휴식'이라는 기회가 온 것이라 여기고 소홀했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지라"며 "집 안에 머물러도 하루의 계획을 잘 세우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실내 면역력 증진과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위해 호흡법을 통한 명상과 요가를 추천했다.
요가법은 우선 양팔을 넓게 벌리면서 크게 호흡을 한 후,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충분히 공기를 들이 마심을 자각('알아차림<자기집중>)'하고, 숨을 내쉬면서 손을 다시 편안하게 내려놓는다. 이 때 호흡은 들숨 3(하나부터 셋까지 셀 정도), 참는 숨 3, 내쉬는 숨 3으로 한다.
아울러 김 교수는 "집에 있는 동안 평소 읽고 싶었던 책,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거나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심리 방역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전화, 카카오톡, 이메일 등으로 가족,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밥'은 면역력 떨어뜨리지 않는 식단으로…
심리 방역으로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함과 동시에, 적절한 식생활을 해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거의 외식을 하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나 이른 귀가로 집에서 식사하게 되면서 오히려 잘 차려먹어서 갑자기 살이 찌는 등의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급속한 비만은 신체의 균형을 무너뜨려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큰 요인이다.
면역력 보호 식단의 핵심은 인스턴트 음식과 기름진 메뉴를 줄이고, 야채와 과일, 발효식품 등의 섭취를 늘이는 것이다.
외출을 피하면서 장 보기도 힘든 요즘에는 라면,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쉽다. 하지만 이 인스턴트식은 단백질 함량이 부족하고 탄수화물과 나트륨 함량이 높아 면역력의 균형을 깨뜨린다. 이에 대해 365mc 식이영양위원회 전은복 영양사는 "라면보다 부담이 덜 되는 소면이나 당면, 쌀국수를 활용한 닭가슴살 야채국수를 추천한다"며 "닭가슴살 토핑으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고 배추나 버섯 등을 곁들이면 보다 건강식으로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할 경우엔 수육, 족발, 연어, 회, 샐러드 등 담백한 메뉴 중심으로 골라보자. 전 영양사는 "돼지고기 살코기에는 비타민 B군 함량이 높아 대사기능을 높여주는데도 효과적"이라며 "다만 기름진 부위는 제거하고 살코기 위주로 쌈야채, 부추 등과 함께 섭취할 것"을 권했다.
육류를 적정량 섭취하는 것도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면역세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하루 90g 정도 꾸준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계란과 우유도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며 만일 동물성 단백질이 부담스럽다면 콩으로 만든 두유와 두부로 대신해도 된다. 이들은 소화흡수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도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다만 당뇨병 환자는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자몽, 망고, 옥수수, 감귤, 파인애플, 감, 복숭아, 살구, 호박, 당근 등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항산화 작용, 유해산소 예방, 피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과, 석류, 딸기, 토마토, 체리, 앵두, 수박, 팥, 대추, 홍고추, 오미자 등에는 항산화물질 라이코펜이 포함돼 있으며, 토마토, 딸기, 사과에는 펙틴이라는 성분이 있어 장을 튼튼히 한다.
바나나, 배, 복숭아, 마늘, 양파, 버섯, 도라지, 감자 등에는 항산화·항염에 도움이 되는 탄닌이 함유돼 있다.
아울러 항산화·항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포도, 블루베리, 자두, 적색고구마, 자주, 적채, 오디, 복분자, 흑미 등도 권장된다.
발효식품도 몸속에 있는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품이다.
김치가 익으면서 생기는 유산균은 식중독균 등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콩을 발효시킨 된장이나 청국장은 백혈구의 양을 늘려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요구르트의 유산균 또한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도라지차, 인삼차, 생강차, 녹차, 구기자차 등 전통차를 종종 마시는 것도 노폐물 배출과 더불어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