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발매된 '인생은 60부터'라는 노래가 있다. 그 때는 그랬다.
요즘은 옛말이 됐다. 60대는 '청춘'이다. 그러나 사회는 또 다르다. 50대 때부터 찾아오는 은퇴의 쓰나미에 대다수의 60대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수밖에 없다.
'방콕 신세'의 경계선에서 저자는 만 65세에 현실의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은퇴는 가족에 대한 의무를 잘 마쳤으니 자유롭게 살라고 준 선물인 걸 뒤늦게 깨닫고 탈출을 감행했다.
729일, 1만7496시간의 세계 유랑이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에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을 시작으로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오대양 육대주를 누볐다.
스탬프 도장 찍을 공간이 없어 한 차례 여권을 갱신하며 밟은 국가는 무려 49개국. 그는 시베리아, 스플리트, 산티아고, 카사블랑카, 아바나, 파타고니아, 리우, 바라나시, 바간 등 버킷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세계 곳곳의 도시를 품었다.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네팔에서 히말라야를 밟았다. 729일간 세계여행을 하다 보니 당뇨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혈압약이 필요없게 되었다.
그 여정을 책으로 엮었다. '은퇴, 여행하기 딱 좋은 기회!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 저자의 말처럼 여행 가이드가 아닌 별별 희한한 경험과 행운, 혹은 불운과 만났던 순간들의 다양한 에피소들을 솔직하게 적었다. 1장 '시베리아 횡단 여행에서 운명적 기회를 만나다'를 필두로 피날레인 7장 '치유와 회복: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하다'까지. 은퇴 후 '배낭여행'의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곳곳에서 춤을 춘다.
그래서 얻은 교훈은 인생의 1쿼터는 예고편이고, 본방은 바로 은퇴 후인 2쿼터라는 것이다. 저자는 "여행은 용기다. 자신의 발목을 잡고 태클 거는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배낭을 메고 혼자 떠니라. 고독, 외로움, 소외감이 충만함으로 바뀔 것"이라며 활짝 미소지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