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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女 대표팀 사령탑 1순위, 왜 '압도적' 전주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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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대한민국 여자농구의 새 역사가 작성된다. 올림픽 사상 첫 여성 사령탑의 탄생, 그 윤곽이 드러났다. '레전드'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48)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0일,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서울 송파구의 협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를 열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지휘할 사령탑 후보 면접을 진행했다. 전 코치와 정선민 전 인천 신한은행 코치(46)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경향위는 두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라이벌도 인정, 압도적 스펙-면접

대표팀 사령탑은 두 단계를 걸쳐 최종 확정된다. 첫 번째는 경향위의 정량(스펙)-정성(면접) 평가다. 여기서 추천한 1차 후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협회 관계자는 "경향위가 결정 기구는 아니지만, 농구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기구다. 이사회는 경향위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향위가 면접 결과 두 후보의 순위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전 후보가 압도적 1순위로 이사회에 추천된 사실을 확인했다.

왜 전 후보자였을까. 일단 정량 점수에서 부족함이 없다. 전 후보자의 경력은 화려하다. 선수시절 소속팀에서 줄곧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펄펄 날았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주역이다. 특히 쿠바전에서는 10점-10리바운드-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 남녀 농구 올림픽 사상 최초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지도자 경험도 풍부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코치 생활을 하고 있다. 코치로 6연속 통합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또한, 과거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을 보좌해 대표팀 코치로도 활약했다. 4년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때도 코치로 동행했다.

무엇보다 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협회 관계자는 "종전과 달리 경향위의 정성 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이번에는 꼼꼼한 면접을 통해 최근의 지도자 감각 등도 평가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면접을 진행한 A위원은 "전 후보자가 면접을 굉장히 잘 봤다. 위원들의 질문에 자신의 소신과 철학에 대해 명료하게 답했다.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B위원은 "이번 모집에 지원한 한 후보는 면접 뒤 전 후보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후보자가 현장에서 선후배의 지지를 받은 것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걸어온 길, 준비된 지도자

전 후보자는 10년 이상 꾸준히 현장에 있었다. 이 부분도 높은 점수의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C농구전문가는 "전 코치는 꾸준히 WKBL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선수들의 성향은 물론이고 장단점 분석까지 돼 있다. 주변 감독들을 보면서 최신 전술과 전략도 배웠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여성 지도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모집에 전 후보자가 도전장을 낸 사실이 전해지자 팬들이 '여성 지도자가 나올 때가 됐다', '전주원이면 믿는다' 등의 의견을 낸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떠나 전 후보자는 '준비된' 지도자다. 우리은행에서 코치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학업을 지속했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하기 위해서다.

과거 위 감독은 "전 코치는 내 밑에 있기 때문에 코치인 것이다. 사실 다른 팀 감독으로 가도 될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경험도 풍부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단지 자기팀 코치 챙기기가 아니다. 타 구단 감독도 전 코치의 실력을 인정한다. 임근배 용인 삼성생명 감독은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 감독 자질은 충분하다고 본다. 경험도 많고, 선수들 콘트롤 능력도 있다. 침착함도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협회는 이달 중 이사회를 소집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3월 셋째주 중 일정을 확정해 공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령탑이 확정되면 대회 3~4개월 전 예비 엔트리 확정, 한 달 반 전 훈련에 돌입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