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공격 경영'이 면세사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9일 발표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입찰에서 DF7(패션·기타) 사업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018년 면세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처음 진출하게 됐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이 운영 중인 DF7 사업권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이 모두 입찰에 참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곳이었던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공항 진출을 위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결과로 현재 무역센터점과 동대문점 등 시내면세점 2곳을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단숨에 면세업계 '빅4' 진입의 동력을 얻게 됐다. 그간 면세업계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의 '빅3' 구도로 유지돼온 만큼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서는 유명 브랜드 유치와 '바잉 파워' 확보를 위해 공항 면세점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 운영 중인 서울시내 면세점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면세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인천공항 진출로 정지선 회장의 '공격 경영'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M&A에 나선 정 회장은 한섬을 인수해 8년 만에 그룹 핵심 캐시카우로 성장시킨 바 있다. 올해 초 M&A를 통해 신성장 동력 마련을 지시한 바 있는 정 회장은 면세 사업을 숙원 사업이자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8년 서울 강남 무역센터점을 개점하며 면세사업을 시작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달 20일 운영 1년여 만에 두 번째 사업장을 따내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리에 2호점을 열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개장 연기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문을 열어 사업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면세점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단숨에 '빅3'를 위협할 존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입찰전이 시작된 것.
사실 이번 입찰은 공항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참여가 가장 큰 변수였다. 경쟁사들이 인천공항의 비싼 임대료를 문제삼아 공항공사에 깎아줄 것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정 회장은 오히려 가장 높은 입찰가란 공격적인 베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면세사업은 점포를 늘리고 투자를 할수록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 회장의 공격 경영을 앞세운 지원이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면세사업 부분은 지난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였다. 지난해 1분기 236억원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해당 사업은 2분기 194억원, 3분기 171억원, 4분기 141억원으로 분기마다 적자 폭이 개선됐다.
일단 증권가는 이번 입찰 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입점으로 면세 사업에 대한 확장성을 확보했다"며 "초기 비용을 감안해도 공항점에서 나게 될 적자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사업 확장성 확보로 무역센터점과 동대문점이 얻게 될 수혜가 더 크다"고 밝혔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처음으로 공항 면세점에 진출하면서 불륨을 확대한다는 데에 주목할만 하다"며 "올해 8000억원 수준으로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지난해 72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롯데면세점이 2015년 입찰에서 높은 금액을 써내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후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18년 일부 매장을 자진 철수했던 적이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