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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캠프인터뷰]긴지 만난 구자욱의 깨달음 "기본을 무시하고 욕심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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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간판타자 구자욱(27). 그는 오키나와 캠프에 늦게 합류했다.

연봉협상이 길어지면서 보름쯤 늦은 1월12일에야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그는 캠프 기간 내내 가벼워보였다.

거의 매 연습경기 마다 2루타 등 장타를 연신 뽑아내며 일찌감치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스스로 "페이스가 빠른 편"이라고 인정할 정도. 비결은 철저한 준비에 있었다.

"개인적으로 훈련을 많이한 건 사실이에요. (연봉 협상 중에도) 놀면 나만 손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쓸데 없는 일이 바로 구자욱 걱정이다. 캠프에서 만난 삼성 허삼영 감독도 구자욱 걱정은 싹 지웠다. 허 감독은 "자욱이는 비시즌을 일찍 시작했다. 여기 오기 전 라팍에서도 기계(피칭머신)와 씨름하던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연봉교착 과정에서) 혹시나 마음이 다쳤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프로 선수인 만큼 올해 야구 잘하고 구단에 더 요구하라'고 했더니 '저는 다 잊었습니다'라고 답하더라"며 대견해 했다.

실제 그랬다. 연봉협상과 별개로 구자욱은 독하게 준비했다. 지난 시즌의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신인왕을 받은 2015년 부터 2018년까지 구자욱은 리그 최상급 왼손 타자였다. 4년 연속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에 두자리 수 홈런. 파워가 늘며 2017년 부터는 2년 연속 20홈런도 돌파했다. 2016년 부터 3년 연속 세 자리 수 득점과 매 시즌 두자리 수 도루를 기록하는 등 5툴 플레이어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겨우내 벌크업을 하며 정교함과 파워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 시즌.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달라진 공인구 여파 속 타격 폼에 혼란이 왔다. 데뷔 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상상했던 최고의 시즌은 커리어 로우 시즌으로 돌아왔다.

참담했다. 시즌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사비를 털어 일본에 개인 캠프를 차렸다. 1월6일 부터 보름 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강도 높은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두산에서 한화로 이적한 상무 시절 선배 정진호(32)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간판타자 아카미나이 긴지(32)를 포함, 4명의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했다. 소속사 팀 퓨처스 정창용 대표의 일본 내 폭 넓은 인맥 덕분에 잡은 소중한 기회.

그 보름간은 돈 주고 살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시즌 타격폼 혼란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구자욱은 같은 왼손 강타자 긴지와 함께 훈련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는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긴지 선수와의 훈련 성과요? 야구에 대한 생각이 좋아졌죠. 기술적인 걸 배운거 보다는 그 선수를 보고 많이 느꼈어요. 정교하고 오직 기본적인 것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현지에서 만난 구자욱의 설명이다. 막힘 없이 승승장구 하던 선수에게 야구를 대하는 긴지의 모습은 놀람을 넘어 충격이었다.

"제가 기본을 무시하고 욕심을 냈다면, 그 선수는 기본 자체에 욕심을 내더라고요."

2017, 2018년 2년 연속 '3할타율-20홈런'을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구자욱. 벌크업을 하며 준비했던 지난 시즌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가장 닮고 싶은 멘토 같은 이승엽 선배는 늘 아끼는 후배 구자욱에게 이런 말을 했다. "홈런은 노린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안타를 치려다 보면 무의식 중에 나오는 것"이라고…. 차오르는 욕심에 그 의미를 잠시 잊고 있었다.

"기본에 욕심을 내는 긴지 선수의 모습 하나로 야구에 대한 생각이 다 달라졌어요. 컨택트 위주로 정확하게 중심에 맞히다 보면 홈런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건데…, 이승엽 선배님 말씀처럼요."

올겨울 구자욱은 일부러 몸을 불리지 않았다. 그저 풀 시즌을 체력 걱정 없이 뛸 수 있는 단단한 몸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살도 1~2kg 빠졌다. 특유의 부드러움과 빠른 스윙으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참이다.

"이제 홈런 숫자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타순이나 수비 위치도요. 2번을 치든 좌익수를 보든 특별히 의식하지 않습니다."

오키나와를 방문했던 양준혁 위원은 친정 삼성 캠프를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김용달 코치님 부임 후 타자들에게 변화가 많다. 구자욱이 타선에 구심점이 돼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비상을 준비중인 구자욱. 2020년, 리그 최고의 좌타자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