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는 그저 바보일 뿐이다."
'바보'인가, 아니면 정말 지구의 사법체계를 모르는 '외계인'인가. 왕년의 브라질 축구 스타 호나우지뉴(40)가 위조여권 사용으로 파라과이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그럼에도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지낸다. 하지만 그의 변호인은 정 반대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자신의 의뢰인에 대해 대놓고 "바보라서 (범죄인 줄) 몰랐다"고 할 정도다. 의뢰인 비하라기 보다는 절박하게 진심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순진하고, 자기 위주라는 뜻이다.
호나우지뉴는 지난 5일 위조여권을 가지고 파라과이에 입국했다가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한 호텔에서 긴급 체포됐다. 당시 현지 매체에 의해 공개된 위조 여권은 파라과이 여권이었다. 호나우지뉴가 사진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파라과이인'으로 신분을 속인 것이다. 함께 입국했던 호나우지뉴의 형도 역시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현역 시절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실력과 개성적인 얼굴로 인해 큰 인기를 얻은 호나우지뉴가 자신을 몰라볼 리 없는 남미 국가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점 때문에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체포된 이후에도 호나우지뉴는 경찰과 웃으며 사진을 찍는 등 천진난만한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파라과이 검찰과 법원은 이번 사건을 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때문에 호나우지뉴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9일(한국시각) "호나우지뉴가 위조 여권 사용과 추가 범죄 조사 등으로 파라과이 감독에 계속 수감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범죄 조사와 재판 등으로 수감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장 6개월 동안 구속수사가 가능하다.
호나우지뉴는 2000년대 초중반 세계 무대를 평정한 최고의 축구선수였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브라질 대표팀에서 호나우두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이끌어내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도 두 차례나 수상했다.
하지만 현역 은퇴 이후의 삶은 평탄치 못하다. 브라질에서 자연보호 지역에 불법으로 건축물을 만들다 벌금형을 받았고, 이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데다 탈세 혐의까지 겹치며 결국 브라질 법원에 의해 여권과 부동산 등을 압류당했다. 이로 인해 여권이 없어진 호나우지뉴는 파라과이에서 열리는 자서전 출판 행사에 무리하게 참석하려고 위조여권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 호나우지뉴를 돕는 변호인은 "그저 바보라서 그랬다"는 황당한 설명을 하고 있다. 스페인 아스는 브라질 언론에 소개된 호나우지뉴의 변호인 아돌프 마린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마린은 "호나우지뉴는 (위조여권 사용이) 범죄행위인 줄 몰랐다. 그게 위조된 것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던 것"이라며 "그는 바보다. 하지만 파라과이 법원은 이 사실을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호나우지뉴의 변호인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는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