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의사결정은 방향 못지 않게 타이밍도 중요하다. 적절한 결단의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리 올바른 결정이라도 비판을 모면할 수 없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뒤늦은 리그 일시중단이 농구 팬들에게 지지보다 비판을 더 많이 받고 있는 이유다.
WKBL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제23기 4차 이사회를 열었다. 주요 안건은 역시 '코로나19 사태 대처 방안'이었다. 전날에는 WKBL 6개 구단 사무국장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먼저 진행했고,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WKBL은 9일 인천 신한은행-부천 하나은행의 경기를 끝으로 10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일시 중단된다.
WKBL 관계자는 "선수와 관계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무관중 경기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지 않고 선수단이 장기간 외부와 격리돼 발생하는 문제로 리그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리그 일시 중단 자체는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다. 국내 코로나19 감염자수가 계속 증가하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미 WKBL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스포츠 모두 일시 중단된 상태다. WKBL의 결정은 새로울 것이 없다.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 결정을 쓸데없이 시간만 끌다가 다른 종목들이 결정을 내린 뒤에야 뒤늦게 따라간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WKBL은 당초 지난달 21일부터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왔다. 당시에도 '무관중 경기'의 비효율성과 감염 위험성에 대한 비판이 컸지만, WKBL은 리그 강행을 고집했다.
심지어 한국농구연맹(KBL)이 무관중 경기를 하다가 전주 KCC 선수단이 묵은 호텔에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같은 날 숙박한 사실이 밝혀지며 리그 일시 중단을 결정했을 때도 WKBL은 요지부동, 리그를 계속 진행해왔다. '누군가 아픈 사람이 나와야 중단하겠다는 건가'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난 시점이다. 그래도 WKBL 수뇌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날 이사회에서 일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 농구 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무관중 강행' 덕분에 정규리그 종료가 팀당 불과 2~4경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그를 일시 중단하는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관계자와 선수들의 건강이 걱정됐다면 진작에 다른 종목들처럼 리그를 일시 중단하는 편이 나았다는 것.
게다가 일부 팬들은 이번 결정을 리그 순위 변동, 특히 정규리그 1위 다툼과 연관지어 해석하며 '음모론'마저 제기하고 있다. 무관중 체제로 진행해오던 리그를 엉뚱한 시점에 중단하는 게 실질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 보다는 특정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결정이 아닌가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비판이나 근거를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정황적으로 해석한 의견일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비판과 의혹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WKBL의 의사결정이 우유부단했다는 걸 의미한다. WKBL은 뒤늦게야 '리그 일시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친 꼴이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