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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휴장, 경마장의 마부정제(馬不停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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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한 달 전에 지나고 바야흐로 봄의 계절 3월이 시작됐지만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한 한국은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외출을 삼가면서 때아닌 동면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역시 경기를 취소하거나 무관중 경기가 다반사다.

한국마사회법에서 규정하는 경마의 정의는 '기수가 기승한 말의 경주에 대하여 승마투표권(마권)을 발매하고, 승마투표 적중자에게 환급금을 지급하는 행위'이다. 경마는 경주의 시행과 마권 발매의 두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성립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홍콩 등에서는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 경마 팬들의 입장을 전면 통제한 가운데 '무관중 경마'를 시행 중이다. 온라인 발매가 활성화되어 팬들이 직접 경마장을 찾지 않아도 경마의 성립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장 발매만 가능한 우리나라의 경우, '무관중 경마'란 말은 어불성설이다. 이로 인해 서울, 부산·경남, 제주의 경마장 세 곳이 기약 없는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경마팬들이라면 짐작할 만한 이야기지만 경마경기는 시행되지 않아도 마방에 살고 있는 말들의 컨디션은 유지되어야 한다. 경주마들은 사양관리나 훈련에 조금만 소홀해도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1981년도부터 기수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40년을 경마장에서 맞이하고 있는 서울경마장의 1조 박종곤 조교사에게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일과의 변화를 물었다. 박 조교사는 "하루 일과는 변함없이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주행심사도 매주 똑같다. 당일 경기만 없을 뿐이다. 다만 워낙 전염력이 큰 질병이라 각 마방은 초긴장 상태다.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 마방의 조교사와 모든 관리사는 우선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말밥은 누가 주냐'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교사 협회에서는 비상시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동 중"이라고 대응상황을 전했다.

박태종, 문세영의 뒤를 이어 한국 경마의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93년생 이현종 기수에게도 임시 휴장 기간의 근황을 물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시행 중단으로 당혹스럽긴 했지만 오히려 쉬어 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특히 경마는 0.1초차로 순위가 뒤바뀌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또 기초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기승기에 올라가 연습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휴장 기간 동안 기승술을 더욱 보강해 기다려준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경마시행기관인 한국마사회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전 관람대와 마사지역에 방역활동을 지속 시행하는 한편, 전 사업장의 방역태세를 점검 중이다. 또한 이번 휴장에 따른 입점 업체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고, 경마계획 변경안을 놓고 경마유관단체와의 협의가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경주마들의 안전한 훈련을 위해 매일 경주로 상태를 관리하고, 출발심사, 주행심사 등을 평소와 같이 시행하여 경주마들의 출전 준비태세를 확인 중이며, 전산ㆍ방송시스템과 경마시행시설의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등 각 부서별로 경마 재개에 대비한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무엇보다 전염병 차단과 예방을 위해 휴장 기간 중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비대위 체제를 가동하여 변화하는 모든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휴장 기간에도 더욱 멋진 경주를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주마관계자들께도 깊이 감사 드린다"라고 밝혔다.

3월의 첫 주말. 관중으로 꽉 차 있어야 할 관람대는 거짓말처럼 텅 비었지만 그 속에서도 언젠가 재개될 경마를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빈틈없는 1~2분짜리 경주를 경마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경마장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은 휴장 기간, 멈추지 않고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