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안 들어온다고 그러면 어떻게 하죠."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똘똘한 선수 하나만 잘 뽑으면 플레이오프는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KBL 안팎에서 회자되어 온 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그래서 시즌 중 전력 보강을 위해 수시로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구단도 있다. 공론화되지는 않았지만, KBL리그가 지나치게 외국 선수에게 의존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한 취약한 구조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 공포증'으로 외국인 선수들이 연이어 떠나면서 구단마자 외국인 선수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현재 KBL리그는 잠정 중단 중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치르다가 전주 KCC가 사용한 전주의 한 호텔에 감염 확진자가 같은 날 숙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2일 리그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일단 29일에 재개 예정인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리그가 중단된 상황에서 각 구단들이 할 일이란 별로 없다. 특히나 전국적으로 코로나 19가 확산되고 있는 까닭에 훈련이나 연습경기 등의 스케줄을 잡기도 까다롭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마냥 휴가를 줄 수도 없는 상황. 모두가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특별 관리 체제'를 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 선수들은 집에서 휴식 중이다. 결국 건강 관리는 선수 개인의 일이 됐다. 훈련장은 개방하지만, 아무래도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나 이 와중에 각 구단이 최우선적으로 신경을 쓰는 건 국내선수보다 외국인 선수 관리다.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 '코로나 포비아'가 '코리아 포비아'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이미 부산 KT의 앨런 더햄과 바이런 멀린스가 '코로나 19'를 이유로 팀을 떠났고, 고양 오리온 보리스 사보비치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KBL 구단들은 '이탈 러시'가 여기서 멈추길 바라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현재 각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을 대부분 고향으로 보냈다. 휴가를 주기 전 면담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이 '코로나 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A구단 관계자는 "시즌 막바지라 사실 금전적인 피해도 많지 않고, KBL에서 징계를 받는다고 해도 실력이 어느 정도 있는 선수들은 다른 리그에서 뛰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 팀도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보냈지만, 막상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라 무서워서 안 오겠다면 설득할 방법이 없다. 계속 연락하면서 이탈을 방지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리그 재개시점에서 추가 이탈자가 어느 팀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가 향후 리그 판도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의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기본 베이스인 KBL의 씁쓸한 민낯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