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롯데 자이언츠의 지난 두 시즌 행보는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멀티 백업' 정 훈(33)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8시즌 91경기 타율 3할5리(174타수 53안타), 7홈런 26타점, 출루율 3할6푼1리, 장타율 4할9푼4리로 '히든카드'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시즌 88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할2푼6리(190타수 43안타), 2홈런 17타점, 출루율 3할2푼4리, 장타율 2할8푼9리에 그쳤다. 공인구 변화 여파보다 뼈아팠던 것은 자신감 하락이었다. 타석에선 호쾌한 스윙이 자취를 감췄고, 고질적인 수비 불안은 더욱 두드러졌다. 많지 않은 기회를 살려야 하는 백업의 부담감 만으로 치부하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정 훈은 올해도 도전자 입장에서 시즌을 맞이한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 감독은 정 훈의 활약상을 주시하고 있다.
허 감독이 강조하는 플래툰 시스템 구축에 답이 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외야수로 활약했던 전준우가 올 시즌 1루수로 변신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전준우는 호주 스프링캠프를 통해 구슬땀을 흘리며 1루수 변신에 매진하고 있고, 성과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전준우에게 1루수 자리를 고집하지 않을 생각. 컨디션과 상대에 따라 기존 포지션인 외야 자리를 맡기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럴 경우 1루 자리를 메워줄 카드로 정 훈을 계산 속에 넣고 있다. 1루수 자리를 커버할 수 있는 이대호나 캠프에 앞서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경기력을 키운 전병우 등 다른 자원들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정 훈이 1루수로 나서 보여준 가능성과 이외 포지션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성, 한방을 갖춘 타격 능력에 가산점을 두고 있다.
이런 동기부여 속에 정 훈도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3일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의 평가전에서 첫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2회초엔 선두 타자로 나서 호쾌한 홈런포를 신고하면서 짜릿한 손맛도 봤다. 정 훈은 "캠프 기간 감독님 지도 아래 루틴 훈련을 진행 중이다. 외야 중앙으로 공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스윙하고 있는데, 내가 원하는 위치에 공을 정확하게 맞춰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희망과 좌절을 맛본 두 시즌의 기억은 정 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주전에 대한 갈증을 부인할 순 없지만, '팀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마음가짐엔 흔들림이 없다. 호주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는 정훈의 눈은 새 시즌 성공을 바라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