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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했던 빈자리, 유재학 감독 "(추)일승이한테 물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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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그렇죠."

'만수'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추일승 감독이 떠난 빈자리가 쓸쓸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유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는 2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대결을 펼쳤다. 이전과 같았으면 이날 경기는 유 감독과 추 감독의 '절친 대결'로 관심을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난 19일, 추 감독은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오리온은 김병철 감독대행 체제로 새 출발했. 이날은 이별 뒤 첫 경기이자, 새 돛을 올리는 날이었다.

절친 없는 고양. 유 감독은 어색한 듯 했다. 그는 "(추 감독 사퇴 소식) 기사를 보고 알았다. 연락을 했더니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이튿날 전화가 왔기에 '그만 두더라도 시즌 끝나고 결정하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다 알면서 뭐'라는 답을 내놨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농구판에서 수 십 년 인연을 쌓아왔다. 1963년생 동갑 친구이자 실업 기아자동차 창단 멤버로 한솥밥을 먹었다. 지도자의 길에 접어든 뒤에는 선의의 지략 대결을 펼쳤다.

함께 한 시간이 길어서일까. 우정의 농도는 짙었고, 빈자리는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경기 전 친구를 그리워했던 유 감독. 라커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는 이내 분위기를 바꿨다. 유 감독은 "없어서 아쉽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고양실내체육관에 자주 왔다고 한다(현재는 코로나19 관계로 폐쇄). 짐을 빼러 온다고 했는데, 짐도 아직 그대로라는 말이 있다. 밥먹으러도 자주 오는 것 같다"며 허허 웃었다.

다만, 이루지 못한 바람은 끝내 아쉬운 듯했다. 다시 한 번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겨뤄보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실제로 유 감독은 입버릇처럼 "더 늙기 전에 일승이와 다시 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 감독의 바람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유 감독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한 마디 툭 내던졌다. "아, 그건 (추)일승이한테 물어봐요."

고양=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