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돌입하기 직전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의 구상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시즌 풀타임 중견수로 활약한 이창진(29)이 평소 안고 있던 허리 디스크 통증이 악화돼 지난 16일 조기귀국했다. 당시 윌리엄스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최원준 문선재 김호령이 있다"는 것이 윌리엄스 감독의 '플랜 B'였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김호령은 손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합류부터 실패했고, 문선재는 백업자원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최원준이 1군 내외야 수비를 겸할 수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이 연습경기부터 이창진의 대체자로 택한 건 최원준이었다. 최원준은 지난 22일부터 KIA가 진행한 4차례 캠프 연습경기에서 2차례 중견수로 선발라인업에 포함됐다. 이미 수비센스와 빠른 발, 강한 어깨는 정평이 나 있어 외야 세 자리, 어느 곳에 서도 잘 소화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방망이였다. 지난해 잘해보려는 의지가 오히려 '독'이 됐다. 타격 매커니즘을 바꿨는데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바꾸지 않으니만 못하게 됐다. 지난해 90경기에 출전한 성적은 타율 1할9푼8리 46안타 1홈런 18타점 출루율 0.261, 득점권 타율 0.232. 지난해 5월 17일부터 팀을 이끌었던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최원준의 배트가 원을 그리는 형식이 아닌 가파르게 깎여 내려온다고 지적했지만, 하루아침에 예전 타격 폼으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타격에서 흔들린 불안심리가 수비에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3루 경쟁에서도 박찬호(25)에게 밀렸다. 억대 연봉에 첫 진입으로 들뜬 2019년이었지만, 스스로도 실망만 가득했다.
구단에선 빠른 군입대를 권유했다. 그러나 최원준은 군입대 대신 다시 도전을 택했다. 연봉협상에서 30% 삭감을 받아들이면서 억대 연봉 반열에서 1년 만에 사라졌다. 이를 악 물었다. 무엇보다 훈련태도도 진지해졌다. 지난해 10월 마무리 훈련 때 나태한 모습을 보였을 때 최희섭 타격코치에게 불호령을 들었기 때문.
최원준은 방망이만 살아나면 잠재력이 터지는 것이다. 2018년처럼 주전으로 도약한 시즌은 이었지만, 아직 전성기를 맞지 못했다. 지표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최원준이 살아나면 타선의 흐름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워진다. 최원준이 잡고 있는 열쇠가 KIA의 부활과 맞물려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