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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준비된 감독' 설기현 "내 전술이 맞아떨이지는 모습에 큰 희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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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설기현 경남 감독은 오래전부터 감독직을 준비했다.

일단 편집기술을 배웠다. 설 감독은 "영상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선수들한테 지적을 할때 말로 하면 정확히 이해 못하는데, 직접 영상을 보여주면 이해도 빠르고, 선수들도 뭐가 문제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선수 때 전 영상을 다 보여주는 감독님이 계셨는데, 선수들이 질색을 하더라. 그때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면 훨씬 집중도가 높았다"며 "사실 '컴맹'이었다. 2014년 허리 수술을 하고 쉬고 있는데, 그때 컴퓨터를 배웠다. 기본적인 편집 기술을 익힌 뒤, 성균관대 감독 시절부터 활용했다"고 했다. 성대 감독 시절부터 찍은 영상은 그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자산이다. 직접 카메라를 사서 찍은 영상들은 외장하드 3~4개 분량이나 된다. 경남에 부임한 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설 감독은 "지금도 그 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문제점을 찾는다"고 했다.

영어 공부도 더 했다. 설 감독은 "사실 갑작스럽게 유럽에 나가게 되서 준비가 안됐다. 경기 자체에 적응하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영어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안했다. 그런데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외국인 선수와 소통이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단어도 외우고, 문법 공부도 더 했다. 한국에 와서 영어가 훨씬 늘었다"며 "사실 그렇다고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제리치(세르비아) 정도 수준이고, 호주 출신의 안셀이 오면 피한다. 내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줄 알고 엄청 빨리 말한다"고 웃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설 감독은 경남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 매순간 노트북 가방을 들고 다니며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한다. 설 감독은 "분석관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내 축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전술적인 미스에 대해 선수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고 했다. 국내 선수들은 물론 외국인 선수들과도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공부한 영어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설 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설 감독은 "결국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나는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내 생각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니까 이야기를 하면서, 타협도 하고 절충하도록 한다"고 했다.

설 감독은 이상주의자다.

"가장 완벽한 축구를 5분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만족한다"던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과 비슷하다. 설 감독은 경남 부임 후 전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가 영상을 편집하기 시작한 것도 머릿속에 그린 전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보지 못한 축구"라는 소문이 돌며,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축구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설 감독은 "누군가 그러더라. 경남이 공격쪽에 멤버가 괜찮으니까 수비 하다가 역습으로 나가면 쉽게 이기지 않겠냐고.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특색 있는 축구를 해야 승격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 나도 좀 불안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내 생각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며 "우리 선수들이 내가 생각하는 축구를 구현할때 굉장한 희열을 느낀다. 상대가 우왕좌왕하면 현역 때 골을 넣은 순간 이상으로 기분이 좋다. 우연찮게 생기는 찬스가 아닌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 내는 축구, 그런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설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유럽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설 감독은 "전술은 요즘 트렌드를 따르지만, 그 전술을 코칭하는 방법, 선수들을 다루는 방법 등은 유럽에서 배운 것을 접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훈련 전 5분, 끝나고 5분 이렇게 훈시를 하는데, 유럽에서는 그런게 없었다. 문제가 있으면 훈련 중간에 하고, 정 하고 싶으면 끝나고 미팅을 잡으면 된다. 훈련 강도도 그렇다. 외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주중에 쉰다. 결국 경기장에서 쏟을 힘을 키우는게 중요하다. 이유없이 많이 뛰는거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설 감독은 동시에 현실주의자였다.

설 감독은 "물론 쉽게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만의 확실한 축구를 바탕으로 수정, 보완하고, 얼마나 대처하느냐에 따라 시즌이 결정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준비다. 내가 경험이 부족한만큼 경험 있는 코치를 모셔왔다. 현재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확신으로 이어지면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설 감독은 공격적인 전술을 고안한 이유도 '현재'를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이 그 팀에 맞는 성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경남은 공격쪽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2부 내에서는 경쟁적인 스쿼드다. 때문에 이런 전술을 펼쳐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설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자율을 주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냉정했다. 요구하는 것을 하지 않거나, 규율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제외했다. 설 감독은 "감독은 결국 평가하는 자리다. 선수들 별로 능력의 편차가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지다.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나는 우리팀 스쿼드 중 그 자리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11명만 뽑으면 된다. 자율을 준다고 하는데, 내가 요구하는 축구를 소화할 수 있다면 마음대로 해도된다. 다만 그렇게 하지못하면 제외되는 것이다. 영상을 보면 압박 들어갈때 누가 안들어갔는지 다 나온다. 안되는 선수들은 더 가르쳐주면 된다. 하지만 의지가 없는 선수는 필요없다"고 했다.

남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