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난해 K리그의 독특한 히트상품이었던 '병수볼'이 또 한단계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강원FC가 더욱 풍부하고 세밀화된 전술로 2020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김병수 감독의 '전술북'은 한층 두꺼워졌다.
강원은 지난해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목표를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한때 4위까지 올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까지 노렸지만, 시즌 후반 이후 얇은 스쿼드와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힘이 빠지며 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주 여유있게 상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즌 전 하위권 예상을 비웃는 성과였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뛰어난 '전술가' 김병수 감독과 선수들이 알차게 시즌을 준비한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이들은 조용히 내실을 키웠다. 그 결과 다른 팀과는 차별화된 전술을 앞세워 여러 차례 기적같은 결과를 일궈냈다. 감독 본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팬과 미디어로부터 '병수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것도 이런 강원만의 독특한 축구 스타일 덕분이다.
그런 강원이 2020시즌에는 더 한층 진화된 축구를 준비 중이다. 김 감독은 지난 해 시즌이 끝난 뒤 "여러 포지션에서 선수들을 보강해 좀 더 나은 팀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고, 그 말대로 비시즌 동안 여러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김 감독과 과거에 인연이 있던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강원의 전력 보강이 다른 팀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강원은 태국 1차 전지훈련, 거제 2차 전지훈련을 통해 새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호흡을 맞추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2월초 거제에서 만난 김 감독은 "선수만 끌어 모은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이다"라며 "새 선수들을 팀의 스타일에 맞춰가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런 후에 전체적으로 전술 이해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비시즌 훈련방향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강원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는 이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때문에 김 감독이 구사하게 될 전략도 이전에 비해 한층 다양해지게 됐다. 역량 있는 선수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이 감독의 철학과 팀의 방향성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렇다면 보다 다양한 전술을 소화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강원 관계자는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감독님의 전술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게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