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계단이 사라졌다."
손흥민의 안타까운 부상 상황을 '수사의 달인'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이런 비유로 설명했다.
토트넘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지난 일요일 애스턴빌라와 경기 도중 오른쪽 팔이 부러져 이번 주 수술대에 오른다. 재활 때문에 수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라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공식적으로 '수주(a number of weeks)'라고 발표했지만 무리뉴 감독은 '보수적'으로 봤다. 19일 라이프치히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맞대결을 앞둔 기자회견, 질문은 온통 손흥민 부상에 대한 것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언론담당관 사이먼이 보도자료를 잘 썼다. 긍정적으로 썼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손흥민이 시즌 중 돌아올 수 있느냐늘 질문에 단호하게 "노"라고 답했다. "나는 그가 시즌중 돌아온다는 생각을 안하고 있다. 시즌 말 1-2경기를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질문이 쏟아지자 헛웃음으로 일관하던 무리뉴 감독은 "내가 세게 말하지 않으면 계속 같은 질문을 할테니 비유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원래 지하 12층에 있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위기가 왔다. 계단이 부러졌다. 위기에 빠졌고 건물위로 올라갈 다른 방법을 찾았다. 기어올라가는 것(climbing)이었다"며 해리 케인의 부상 이후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엄청 힘들었지만 우리는 계속 기어올라갔다. 계속 쉼없이 올라가서 11개층을 지나 4층까지 올라왔다. 우리가 올라오고 싶은 곳이었다. 근데 이번엔 누가 와서 우리 계단을 아예 가져가 버렸다"며 손흥민의 팔목 부상상황을 빗댔다.
"다시 우리는 위기다. 이제 발코니로 가서 우리 팔로 올라가야 한다. 2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포기해서 떨어지는 것, 보통은 죽는다. 왜냐하면 4층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무리뉴는 최고의 공격수 2명을 잃어버린 최악의 상황에서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제 우리가 가진 가능성은 오직 홈과 팬뿐이다. 선수들에게는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다. 처음으로 서포터들에게 부탁드린다. 우리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