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미국 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김학범호 에이스' 이동경(23·울산 현대)에게 공식 영입 오퍼를 보냈다.
18일 울산 구단은 "밴쿠버 구단으로부터 공식 오퍼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적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밴쿠버가 제시한 이적료는 대략 70만 달러(약 8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밴쿠버는 MLS소속의 캐나다팀으로 이영표가 뛰었던 팀이자 현재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의 소속팀이기도 하다. 황인범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지난해 1월 대전 시티즌에서 밴쿠버로 이적할 당시 180만 달러(약 20억 원) 안팎의 이적료를 받은 바 있다.
올여름 도쿄올림픽을 앞둔 시점 이동경은 더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K리그 22세 이하(U-22) 의무출전 규정에 따라 김도훈 감독의 중용을 받았다. 매서운 왼발 킥 능력과 당차고 대담한 플레이, 영리한 축구지능으로 25경기에서 3골2도움을 기록하며,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떠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A대표팀에 발탁되는 영예도 누렸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도 그는 자타공인 에이스다. 지난달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해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5경기에서 2골을 터트리며 김학범호의 우승과 도쿄행을 직접 견인했다.
23세가 된 올해 이동경은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기회가 왔을 때 새 도전을 해보겠다는 의지도 크다. 겨우내 잇단 이적설이 불거진 이유다. 22세 이하 룰의 '혜택'이 사라졌다. 우승을 목표 삼은 초호화 공격진 사이에서 윤빛가람, 신진호, 고명진 등 베테랑 선배들과의 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U-22 공격수 이상헌, 박정인이 선발로 나설 경우, 같은 포지션인 이동경이 후반 조커로 교체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울산 구단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리그 경기가 사흘 간격으로 이어지는 4~5월 '살인일정'을 견뎌내려면 플랜 A, B를 가동, 선수단 전체를 풀로 돌려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올시즌 첫 경기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C도쿄전에서 이동경을 선발로 기용하며 믿음을 드러낸 바 있다. "공격수로서 가진 장점이 많다.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선수"라며 기대를 표했다. 김 감독은 K리그 현장에서 이동경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름이 '동경'이다. 도쿄올림픽에 무조건 가서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도쿄올림픽의 해, 김도훈 감독의 이동경 활용법이 결국 선수와 구단의 향후 진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광국 울산 단장은 이동경 이적에 대한 구단 차원의 고민을 솔직히 전했다. "참 어려운 결정이다. 울산이라는 구단의 평판, 팬들이 우리를 바라봤을 때 어떤 구단으로 생각할지가 우리는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선 순위는 울산 팬들의 눈높이"다. "우리 유스 출신 유망주를 헐값에 파는 구단이 돼서도 안되고, 역으로 지금껏 그래왔듯이 유망주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지하고 밀어주는 구단의 이미지도 중요하다"면서 "수많은 유스 동기 중 국가대표 한 명이 나오기 힘든 현실에서 모처럼 나온 유망한 선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미 선수단이 꾸려지고, 살인일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안없이 선수를 빼는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다. 선수의 미래와 모든 것을 두루 생각하면서 팬들이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할 것같다"고 했다.김 단장은 "일방적인 결정은 없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이 서로 잘 이야기하면서 팬들이 공감할 만한 결과를 함께 만들어낼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