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15년 여름, 손흥민을 비롯한 다양한 스타후보들이 '꿈의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문을 두드렸다.
손흥민이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한 2015년 8월 28일 전후로 앤서니 마샬(AS모나코→맨유) 멤피스 데파이(PSV→맨유) 호베르투 피르미누(호펜하임→리버풀) 페드로(바르셀로나→첼시)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안덜레흐트→뉴캐슬) 오카자키 신지(마인츠→레스터) 헤라르드 데올로페우(바르셀로나→에버턴) 등이 야심차게 EPL에 첫발을 디뎠다.
하지만, 소위 '15학번' 중 현재까지 치열한 EPL 무대에서 살아남은 공격수는 극소수다. 이들의 행보를 추적하면 손흥민의 EPL 50호골 돌파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손흥민은 '15학번' 동기 중 단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6일 애스턴 빌라전을 포함해 리그에서만 151경기에 출전, 51골 26도움을 기록했다. 3경기당 1경기꼴로 득점, 2경기당 1경기꼴로 공격 포인트(득점, 도움)를 작성했다. 해리 케인에 의존하는 팀 전술에도 꿋꿋이 제 몫 이상을 해냈다. 토트넘이 지난 3시즌 리그 4위권 내에 진입하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고, 지난시즌 구단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시기가 손흥민의 활약 시기와 일치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론적인 이야기겠지만, 토트넘이 들인 이적료 2200만 파운드(약 340억원)는 저렴해 보이기까지 하다. 15학번 동기들과 비교할 때 더 그렇다. 손흥민이 입성한 2015년 여름 이적시장의 중심은 토트넘이 아닌 맨유였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이후의 시대를 맞이한 맨유는 큰돈을 풀어 두 명의 공격수를 영입했다. 영입 1년만에 팀을 떠난 '실패작' 앙헬 디 마리아를 대신해 멤피스 데파이를 PSV 에인트호번에서 데려왔다. 3100만 파운드(약 479억원)를 썼다. 뒤이어 당시 십 대 선수 최고 이적료인 3600만 파운드(약 556억원)를 투자해 앤서니 마샬을 품었다. 맨유 상징인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데파이는 디 마리아와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 한 시즌 반만에 올랭피크 리옹으로 떠났다. 본디 지닌 재능, 실력과는 별개로 EPL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마샬도 이적료와 등번 9번의 상징성을 놓고 볼 때 지금까지 기대치를 채웠다고 보긴 어렵다. 리그에서 42골 20도움을 기록했다. 유스 출신 마커스 래시포드의 성장과 맞물려 팀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선 감독 교체 흐름 속에서도 대체불가가 되어가는 손흥민과는 다르다. 지난 3시즌 동안 각각 14골-12골-12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올 시즌 9골(공동 15위)을 기록 중이다. 1골 추가시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다. 골을 담당하는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윙어가 이렇게 꾸준하게 높은 득점률을 유지하는 건 EPL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다. EPL 역사를 통틀어 51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06명밖에 없다.
동기 중 유일하게 손흥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는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 정도다. 피르미누는 이적료 2900만 파운드(약 448억원)에 호펜하임에서 리버풀로 이적했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을 키워 EPL로 진출했다. 피르미누는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와 '마누라' 트리오의 핵심 멤버로서 리그 56골 34도움(163경기)을 만들었다. 마네, 살라의 임팩트에 어느 정도 가려진 감이 있지만, 현재 구단 최초 EPL 우승을 눈앞에 둔 리버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이 역시 케인 옆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손흥민과 닮은 구석이다. 이적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피르미누의 현재 시장가치는 8100만 파운드(약 1250억원), 손흥민은 7200만 파운드(약 1112억원)다. 두 선수는 2010년대 구단 최고의 영입, 디 마리아와 데파이는 구단 최악의 영입으로 꼽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