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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분석]'폭풍 영입'에도, '양강' 전북-울산도 약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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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아직 2020년 K리그는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우승-준우승은 정해진 듯하다.

겨우내 분위기가 그랬다. 지난 시즌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졌던 전북과 울산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구축했다. '폭풍 영입'이라는 말로 부족할 정도였다. 전북은 '지난 시즌 MVP' 김보경을 비롯해, 오반석 조규성 구자룡 이수빈, 쿠니모토, 무릴로, 벨트비크 등을 더했다. 울산도 조현우 윤빛가람 고명진 정승현 원두재 등 전현직 국가대표에, 네덜란드 리그 득점 2위 출신의 비욘 존슨을 영입했다. 이미 K리그 정상급 스쿼드를 갖추고 있던 전북과 울산은 겨우내 최고를 더했고, 더블스쿼드는 물론 트리플 스쿼드도 가능한 이들의 전력은 타팀의 기를 꺾기에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전북과 울산의 2020년 첫 번째 공식전이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두 팀은 나란히 실망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졸전을 펼쳤다. 'K리그 챔피언' 전북은 12일 홈에서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 1대2로 패했다. 손준호와 이 용, 두 명이 퇴장당한 가운데,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골을 내줄 수도 있었다. 전날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던 울산이 안방에서 역시 지난 시즌 J리그 2위팀인 FC도쿄와 1대1로 비겼다. 디에고 올리베이라에게 선제골을 내준 울산은 후반 막판 상대 공격수 아다일톤의 자책골로 망신을 면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더 좋지 않았다. 전북은 선수단이 흥분한 가운데, 상대의 역습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울산 역시 야심차게 준비한 투톱, 스리톱 카드가 모두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았다. 물론 새 선수들을 영입한 후 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경기력이었다. 폭풍 영입 속 혹시 모를 약점이라고 지적받았던 부분이 그대로 실전에서 문제로 드러났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전북의 약점은 역시 3선이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트레이드 마크로 한 전북의 키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최전방과 2선이 대단히 공격적으로 나서는 전북 축구에서 수비 밸런스를 지켜주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1기 닥공 시절에는 김상식, 2기 닥공 시절에는 신형민이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신형민이 팀을 떠나며 전북에는 이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정 혁 손준호 이수빈은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고, 그나마 이 역할에 익숙한 최보경은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된 적이 많지 않다.

요코하마전으로 돌아가면, 전북이 나카가와-오나이우-엔도 스리톱에 완전히 무너진 것은 수비 자체의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줄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 부재가 컸다. 가뜩이나 2선을 김보경 이승기 손준호, 쿠니모토 등 중앙 지향적 선수들로 구성하며 좌우 풀백의 공격 가담이 중요했는데, 좌우 풀백이 올라갈 시 이 뒷공간을 커버해줄 수비형 미드필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공간이 열려버렸다.

울산의 아쉬운 부분은 '10번'의 부재였다. '10번'은 에이스이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상징하는 번호다. 울산은 지난 시즌 김보경이 10번 역할을 완벽하게 해줬다. 경기를 풀어주고, 동시에 마무리까지 해줬다. 울산은 김보경의 공백을 전술적 변화로 대체하기로 했다. 장신 공격수 존슨을 영입해 주니오와 투톱으로 변화를 꾀했다. 3-4-3에선 김인성과 스리톱을 구축했다. 고명진과 윤빛가람을 영입했지만, 이들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다. 지난 시즌으로 보면 믹스 대체자로 봐야 한다.

울산은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포메이션으로 도쿄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김보경에 대한 아쉬움만 컸다. 존슨과 주니오는 역할과 스타일이 비슷해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이제 이적시장은 사실상 마감이다. 전북과 울산은 마지막 퍼즐로 각각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과 '공격형 미드필더' 이청용을 점찍고 협상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전북은 최보경, 울산은 이동경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두 팀의 뜻하지 않은 약점 노출, 다른 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20년 K리그는 그래서 더 흥미로울 수 있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