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사실 야구하면서 꼴찌는 처음이었어요. 정말 제가 경험한 것들을 우리팀 후배들이 경험해 보게끔 도와주고 싶어요."
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주장은 민병헌이다. 베테랑이 된 민병헌은 올해로 롯데 이적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민병헌은 "초중고에서 야구를 하면서, 또 이전 팀(두산)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가 6위였다. 학교 다닐 때도 의도치 않았지만 항상 성적이 좋은 팀에서만 뛰었다. 그런데 롯데에 오고 나서 7위와 10위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개인 성적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좋은 것들을 다 경험해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민병헌은 "저는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것 같다. 국가대표도 해보고, 올스타도 해보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해봤다. 물론 골든 글러브를 한번도 못 받았지만 롯데 후배들에게도 내가 경험했던 좋은 것들을 주고싶다"면서 "후배들과도 늘 그런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플레이오프를 처음 치르면 누구나 긴장된다.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다. 그런데 한번 해본 사람은 결국 해낸다. 두산도 처음에는 못 했었다. 롯데 후배들이 그런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지금 나으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진심이 묻어나는 바람이다.
민병헌은 올해초 허문회 감독 취임식에서도 주장으로 앞에 나서 전날 밤새 고민한 이야기들을 꺼냈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앞으로 가르쳐주고 싶은 후배들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이 대부분이었다. 민병헌은 "우리 팬들이 많이 와서 응원도 해주고, 분위기도 정말 좋다.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고, 축하와 박수를 받으면 얼마나 좋겠나. 롯데에서도 그런걸 정말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그게 안돼서 마음이 아팠다"고 자책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것을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허문회 감독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민병헌은 "선수들이 자기 것은 알아서 챙겨야 한다. 감독님도 스스로 하길 바라시는 것일 수 있다. 선수들이 알아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불안함에 더욱 찾아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게 된다"면서 "감독님은 자신의 철학이 확고하시고 변함이 없는 분이다. 늘 본인의 철학 내에서 옆으로 새지 않고 이야기를 하신다. 우리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개인 성적에 대한 고민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민병헌은 올 시즌 '강한 타구'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훈련을 한다. 자연스럽게 장타도 늘어날 것이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히려고 하면 결국 강하게 쳐야 한다"는 민병헌은 "지난해부터 공인구가 바뀌었지만, '공이 안 나간다'고 생각하고싶지 않다. 안 나가면 안나가는대로 더 강하게 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타구로 내야를 강하게 뚫으면 안타가 될 수 있다. 안주하지 말고 노력하다보면 분명히 정답은 있다"고 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