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75만 명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38만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치매를 앓고 있는 비율이 10%를 넘는 것이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지만,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정상인보다 10배가량 치매가 발생하기 쉽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빠른 시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억력 저하 함께 나타나면 검사 꼭 받아야
경도인지장애란 '동일 연령대보다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된 상태'다. 2016 치매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 중 22.6%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망증과 비슷해 보이지만,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심이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박정미 교수는 "정상인은 1년에 1% 미만으로 치매가 발생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의 경우, 8~10% 정도로 10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높아 치매 조기 검진 및 치료를 통해 초기부터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가 좋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노화, 순환 원활하지 않아 발생
한의학에서는 경도인지장애나 치매의 주된 증상인 건망증의 원인을 여러 가지 요인에서 파악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건망증이란 갑자기 한 일을 잊어버리고 아무리 애써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사색을 지나치게 하여 마음이 상하면 혈(血)이 줄어들고 흩어져서 정신(神)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비(脾)가 상하면 위의 기능이 쇠약해지고 피곤해져서 생각이 더 깊어진다. 이 두 가지가 다 사람을 깜빡 잊어버리게 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어혈을 풀고 비위를 강화하는 한방치료를 통해 건망증을 치료한다.
▶한약 치료, 증상 진행 늦추는 데 효과
치매에 대한 한약 치료로는 조등산, 팔미지황환, 억간산 등을 사용하는데, 구성 약물인 조구등과 목단피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 내 응집을 억제하고 응집된 아밀로이드 β를 분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스트레스 노화로 인한 기억력 장애는 원지, 인삼, 황기, 당귀 등으로 이뤄진 가미귀비탕을 주로 활용한다. 이에 박정미 교수는 "최근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24주간 가미귀비탕을 투약한 결과,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위약 복용군에 비해 유의하게 개선되었고, 기억력 역시 현저히 개선되었음을 확인했다. 증상 초기에 가미귀비탕과 같은 한약을 복용하면 기억력을 유지, 개선하고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 치료로 뇌 자극, 책 읽기, 적절한 수면과 운동으로 관리
한약 치료와 함께 침, 뜸 치료를 통해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해 인지를 개선하는 치료 방법도 도움된다. 최근 뇌 f-MRI 연구에서는 침 치료가 인지와 기억에 관련된 전두엽, 측두엽 등의 해당 뇌 부위들을 활성화한다고 보고된 바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걷기 등 적절한 운동을 꾸준하게 하고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며, 절주 및 금연과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머리 회전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히 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