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박혁권이 2G 폴더 휴대전화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극한의 상황,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가장 처절한 선택을 그린 영화 '기도하는 남자'(강동헌 감독, 스튜디오 호호·영화사 연 제작). 극중 믿음에 잠식 당한 목사 태육 역의 박혁권이 14일 서울 중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3년 극단 산울림 단원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오랜 기간 연극, 영화, 드라마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해온 박혁권, '펀치'와 '육룡이 나르샤' 출연을 계기로 모든 세대들에 두루 사랑받는 배우로 자리매김, 이후에도 드라마 '초인가족',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녹두꽃', 영화 '터널',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장산범', '해치지 않아'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가 주연작 '기도하는 남자'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태욱은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힘겹게 개척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장모의 수실비가 급히 필요하게 되자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는 중 후배에게 치욕스러운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끝내 방법이 없던 그는 후배의 외도 사실을 빌미로 돈을 받아내려 하고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3년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2G 휴대폰을 쓴다고 밝혔던 박혁권. 이날 인터뷰에서 "아직도 2G폰을 쓰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도 2G폰을 쓴다"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보였다. 그러면서 "앞자리가 017이고 중간 번호도 아직도 세 자리다"고 말했다. 이에 2G폰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그냥 전화번호를 왜 바꿔야 되나 싶어서 쓰는 거다. 이 번호 만든 지가 21년 정도 됐다. 98년도에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할 때 스태프와 배우들의 단체 채팅방에 참여할 수 없어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그래서 그런 건 좀 미안하다. 항상 단톡방에서 말한 중요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전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이 있긴 있는데 네이게이션용이다. 그 폰에 한번 카톡도 깔아봤더니 사람들은 쓸데 없이 연락을 너무 많이 하더라. 쓸데없이 연락을 왜하는지 모르겠다. '뭐해?' 이런 연락을 왜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이 다 하는 것도 피하려는 편이다.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 재미가 없다. 남들이 하면 제가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도하는 남자'는 단편 '애프터 세이빙'으로 제31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에 초청됐고, 두 번째 연출작 '굿나잇'으로 제46회 대종상 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강동헌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혁권, 류현경, 남기애, 백종승, 오동민 등이 출연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