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박혁권이 영화 '기도하는 남자'에 대해 말했다.
극한의 상황,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가장 처절한 선택을 그린 영화 '기도하는 남자'(강동헌 감독, 스튜디오 호호·영화사 연 제작). 극중 믿음에 잠식 당한 목사 태육 역의 박혁권이 14일 서울 중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3년 극단 산울림 단원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오랜 기간 연극, 영화, 드라마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해온 박혁권, '펀치'와 '육룡이 나르샤' 출연을 계기로 모든 세대들에 두루 사랑받는 배우로 자리매김, 이후에도 드라마 '초인가족',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녹두꽃', 영화 '터널',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장산범', '해치지 않아'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가 주연작 '기도하는 남자'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태욱은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힘겹게 개척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장모의 수실비가 급히 필요하게 되자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는 중 후배에게 치욕스러운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끝내 방법이 없던 그는 후배의 외도 사실을 빌미로 돈을 받아내려 하고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이날 박혁권은 '기도하는 남자'를 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고는 각 등장인물을 감정 라인의 잘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해야겠다는 느낌이 딱 들었다. 대본을 읽고 바로 연락을 드렸다.
이어 그는 촬영부 출신인 강동헌 감독의 현장은 다른 현장과 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촬영 전공을 하셨고 이창동 감독님과 여러 작품을 촬영부로 같이 하셨다. 배우들은 감정적인 부분에 시간을 많이 가져가려고 하는데 감독님이 촬영부 출신이다 보니까 촬영이 빨리 진행됐다. 저예산 영화아보니까 예산 부족하는데 빨리 진행되는 게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도 딱 필요한 걸 말씀해주시고 효율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연기할 때는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가장 인상적인 신들린 듯한 화장실 기도신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화장실에서 정신없이 기도하는 부분이 대본상에는 약간 방언 느낌이었다"며 "그런데 저는 방언하는 걸 본적도 없고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제가 의심의 많은 성격이다 보니 계시를 받아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본인들이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 말했다.
영화 속 태욱처럼 기독교 신자라는 질문에 "교회는 어렸을 때 과자 준다니까 한두번 가봤다. 성당도 가보고 절도 가봤다. 지금은 무신론자인 것 같다. 의심이 많아진 건 배우가 되고 나서 그런 것 같다. 배우는 사람을 관찰하는 직업인데 던져주는 데로만 보면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아서 '왜'라는 질문을 많이 붙이고 의심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그걸 이용해서 이 캐릭터의 믿음이 뭘까 찾아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룬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영화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은 "그래서 처음 작품 선택할 때 망설여지기도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개신교를 건들이면 안되지 않나. 개신교를 건들이면 제 앞으로의 배우인생이 힘들거 같기도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그 직업이 꼭 '목사'여야 하냐라고 묻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인물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업을 바꾸면 이야기의 틀이 많이 달라져야 될 것 같더라. 연기할 때는 목사라는 직업 자체보다 힘들어 하는 이 사람과 상황 자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편, '기도하는 남자'는 단편 '애프터 세이빙'으로 제31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에 초청됐고, 두 번째 연출작 '굿나잇'으로 제46회 대종상 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강동헌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혁권, 류현경, 남기애, 백종승, 오동민 등이 출연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