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비롯해 4개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수상이) 3년 전 일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봉 감독은 13일(한국시각)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워커아트센터'에서 열린 '워커 30주년 기념 회고와 대화 시리즈' 봉준호 기획전에 참석했다. 이 기획전은 '기생충'을 비롯해 봉 감독의 작품인 '마더' '옥자' '설국열차'등을 상영하는 행사로 행사 마지막날인 이날 봉 감독이 등장한 것.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후라 봉 감독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 행사는 일찌감치 마감됐다.
14일 미국 현지 매체들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자인 봉 감독의 이날 행사에 대해 보도했다. 미국 미네소타 지역지 '스타 트리뷴'과 '시티 페이지' 등의 기사에 따르면 봉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오스카 수상은) 확실히 좋은 일이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스카 시상식은 사흘전이었다"고 말한 봉 감독은 "벌써 3년 전 일 같다"고 느낌을 전했다. 그는 "분명히 대단한 일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에 호명됐을 때 나머지 부문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한 봉 감독은 "감독상 발표 뒤 준비된 수상 소감 없이 무대에 올랐다"고 털어놨다.
감독상 수상후 무대에서 봉 감독은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 해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봉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왜 그때 텍사스 전기톱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다"고 웃었다.
이날 봉감독은 미국의 장르영화에 대해 "내 핏줄 속을 흐르는 혈액과 같다"고 말하며 "어린 시절 알프레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팔마, 샘 패킨파의 영화를 주한 미군방송인 AFKN과 대학 동아리에서 접하고 한국의 현실과 장르 영화의 재미를 합치는 것이 내 목표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덧붙여 "나를 포함해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감독들은 한국의 1세대 영화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이 기획전에 포함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절대 보지마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한편 '기생충'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사흘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12일(현지 시각) 47만5991달러의 매출을 더해 4위를 지켰다. 북미 누적 매출은 3천717만달러(439억원), 전 세계 매출은 1억6816억달러(1988억원)로, 2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이번 주말부터 '기생충' 상영관을 1060개에서 2001개로 늘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