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자율이 주어지지만 경쟁은 쉼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현재 호주에서 총 3개팀이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다. LG 트윈스가 시드니 인근 블랙타운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남부의 소도시 애들레이드에서, 두산 베어스가 멜버른 인근 질롱에서 각각 2020시즌 대비를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세팀 모두 각기 상황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다. 두산은 지난해 우승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고, LG는 이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 코칭스태프가 완전히 바뀐 롯데는 분위기 쇄신과 지난해 꼴찌한 자존심 회복이 최우선이다.
호주에서 진행 중인 3개팀의 올 시즌 스프링캠프 트렌드는 자율과 효율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 LG 류중일 감독, 롯데 허문회 감독 모두 선수들이 알아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본인에게 맞는 훈련을 하길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훈련 시간도 길지 않다. 두산의 경우, 김태형 감독이 1차 캠프에서 눈여겨 보는 파트는 야수보다 투수다. 두산의 야수 구성은 크게 변화가 없다. 대부분의 포지션에 붙박이 선수들이 있고, 이제는 1군에서 '자신의 것'을 갖춰놓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굳이 훈련양을 무리해서 가져갈 필요가 없다. 앞으로 1군에서 성장해야 할 젊은 투수들의 투구 일정이 가장 중점이다.
LG도 마찬가지다. LG는 이번 캠프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새벽, 오후로 나눠 선수가 원할때 하게끔 하고, 훈련 시간이 길지 않다. 얼리 워크조를 제외하고, 선수단은 오전 8시50분경 야구장에 도착해 점심식사 후 숙소로 귀가한다. 야간 훈련도 자율이다. 하지만 게으르기 힘든 분위기다. LG 선수들은 "자율이라고 해도 서로 경쟁 중인 상황에서 쉴 수 없다"며 너도 나도 자율 훈련을 자청한다.
신임 허문회 감독을 필두로 한 롯데는 훈련 스케줄이 두산, LG보다도 '컴팩트' 하다. 보통 오전 9시면 캠프 공식 일정이 시작되지만, 롯데는 9시부터 '루틴조'라고 부르는 얼리 워크가 시작한다. 얼리조 제외 공식 훈련은 10시30분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10시 이전에 야구장에 나와있다. 그라운드에서 진행하는 수비 훈련도 짧고, 굵게 한다. 과거에 지옥 캠프의 상징이었던 '펑고 수백개'는 사라졌다. 롯데 선수들은 "이렇게 수비 훈련을 짧게 하고 끝내는 것은 처음"이라고 놀랐다. 이유가 있다.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을때 단 시간에 필요한 것들을 하고 빨리 끝내는 일정이다. 굳이 시간을 길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끔 매일 훈련 전 짧은 미팅을 주도하고 있다. 허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다 개인 사업자다. 누가 대신 해주는 게 아니다. 자신의 것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자율과 효율이 강압보다 더 무섭다. 프로 선수들은 스스로 해내야 성공할 수 있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 뒤따라오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는 의미다. 방심하면 언제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선수들은 한발 더 움직이게 된다.
애들레이드(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