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 기성용은 FC서울의 중요한 자산이다."
기성용(31)의 K리그 복귀가 무산된 뒤 FC서울 구단 쪽에서 나온 말이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사인 'C2글로벌'은 11일 기성용과 FC 서울-전북 현대 양 구단의 입단 협상은 종료됐고, 해외 다른 리그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C2글로벌'은 2월 10일 부로 협상 종료를 고지했다고 했지만, FC서울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11일 오전까지 막바지 접촉을 가졌다. 결국 실패했다.
돌아선 기성용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탓이다. 기성용의 서울행 무산은 '돈'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초 협상 과정에서 다소 상처받은 기성용의 마음을 보듬어 줄 타이밍을 놓쳤던 게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진다.
K리그 복귀를 결심한 기성용이 FC서울에 복귀 의사를 본격 타진한 것은 작년 11월 쯤부터였다. FC서울은 선뜻 대환영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이때부터 미묘하게 감정의 선이 꼬이기 시작했다.
기성용의 입장에서 두 팔 벌려 환영받는 것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FC서울 구단 측의 깊은 좌고우면 역시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구단의 입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도 생겼다.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봤던 구단은 기성용의 명성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이른바 '총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를 팔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2020년 대비 스쿼드가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기성용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이었다.
결국 구단은 복귀 타이밍을 늦춰 줄 것을 요청하며 사실상 '올해는 입단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이 때문에 기성용 측은 전북에 입단을 타진하게 됐다. FC서울이 곤란한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기성용이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는 힘들다'라는 의사 전달이 '너는 필요하지 않은 자원'으로 기성용에게 인식될 소지도 있었다.
서울행 포기를 결심한 기성용이 전북으로 선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다란 논란과 억측이 난무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졌다. 기성용의 심적 부담은 가중됐다.
'C2글로벌'이 입장문에서 밝힌 바 대로 '선의로 타진했던 K리그 복귀가 양 구단을 비롯한 K리그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라 복귀 협상을 종료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FC서울과 기성용 양측은 '이번에는 시기가 맞지 않았을 뿐 더이상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일단 웃으면서 돌아서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의 서울 입단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11년 전 해외 진출 시 계약서에 '국내 복귀 시 FC서울 구단으로 입단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동안 대부분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우선협상권'의 수준이 아닌 것이다.
향후 해외 생활을 더 이어간 뒤 다시 국내 복귀를 추진할 때 FC서울로 일단 돌아와야 한다. 기성용을 품에 안을지, 위약금을 받고 국내 타 구단으로 보낼지는 그때 가서 FC서울 구단이 선택할 문제다.
FC서울 관계자는 "기성용이 우리 구단의 중요 자산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중에 서로 좋은 그림으로 복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 측은 입장문에서 "그동안 기성용 복귀 관련 보도에서 정확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이에 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현재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기성용이 복귀 무산에 대해 상당히 상심하고 있으며, 국내 축구팬께도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