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남자 프로농구에서 도입을 검토했던 VAR(비디오 판독) '챌린지' 제도 시행이 잠정 연기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최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챌린지 도입을 검토했다. 챌린지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심판의 판정에 대해 벤치에서 VAR 판독을 요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프로야구, 프로배구, 배드민턴 등의 종목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중이다. NBA도 올시즌부터 팀당 1번, 작전타임 사용권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챌린지를 허용하고 있다.
단장단 회의인 KBL 이사회도 NBA 방식을 따라 판정에 대한 시비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안건에 올렸다. 하지만 지난달 올스타전을 전후해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올스타전 개최 직전 감독자 회의에서 만장일치 반대 의견을 낸 데다, 사무국장단 실무회의에서도 '당장 시행은 곤란'이라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챌린지 도입이 연기된 것은 미리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BL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D-리그나 오는 9월 예정된 KBL컵 대회에서 시범 실시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각 구단 감독과 사무국장들에 따르면 예상된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파울콜(심판의 파울 판정)'만 대상으로 한 것에 의문이 제기됐다. 당연히 파울콜에 대한 챌린지는 파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이다. 반대로 파울로 보이는데 휘슬을 불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 중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 규정이 미흡했다. 수비자 파울 때 챌린지를 시행해 판정이 번복됐거나 정심으로 인정됐을 경우 볼 소유권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예를 들어 A선수가 가로채기를 하는 과정에서 파울로 불렸다가 챌린지를 통해 파울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치자. 파울콜로 플레이가 중단된 바람에 득점 기회를 잃게 된다면 '이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레이업 블록슛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어느 쪽도 볼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이 순간적으로 벌어지게 된다. 챌린지 결과에 따라 볼 소유권을 과연 어느 선수에게 줘야 하는지 기준이 없으면 혼란만 가중된다.
사무국장단의 한 관계자는 "억울함을 벗겨주려다가 또다른 억울함이 생길 우려가 크다. VAR을 처음 도입할 때부터 파울콜을 제외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면서 "향후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 D-리그에서 실험한 뒤 또다른 문제가 나오면 또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들은 "아무리 그래도 심판의 영역을 너무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사실 D-리그에서 시범 도입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만큼 장비와 예산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