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 복귀가 무산된 기성용(31)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결국 무산됐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인 'C2글로벌'은 11일 '기성용은 FC 서울과 전북 현대 양 구단에 2020년 2월 10일 부로 협상 종료를 고지했다'며 '이는 선의로 타진했던 K리그 복귀가 양 구단을 비롯한 K리그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기성용이 올 시즌 K리그로 복귀하는 일은 매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없을 것'라고 했다.
2009년 서울을 떠나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생활을 시작한 기성용은 2012년 스완지시티를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에 성공했다. 선덜랜드, 뉴캐슬 등에서 유럽리거 생활을 이어온 기성용은 최근 뉴캐슬과의 계약을 해지해며 자유의 몸이 됐다. 기성용은 유럽 생활을 하는 동안 한국축구대표팀의 주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축구팬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기도 했다.
작년 연말부터 향후 거취를 고민하던 기성용은 K리그로 복귀를 결심했다. 다른 해외 리그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동안 국내 팬들에게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국내 복귀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복귀 과정이 꼬였다. 당초 친정팀인 서울과의 입단 협상을 했지만, 서울 구단은 기성용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사실 '돈' 문제는 크지 않았다. 당초 기대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었지만, 기성용은 어느정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차가 컸다. 서울은 당초 복귀 협상에서 기성용이 내년 쯤 서울로 입단하기를 바랐다. 2020년 시즌 대비 선수단 체계를 갖춰놓은 상태에서 포지션이 겹치는 기성용을 갑작스레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기성용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계륵'이라 여기는 분위기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후 기성용 측은 전북과 입단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북이 기성용의 뜻을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전북은 기성용에게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기성용도 서울 우선에서 전북행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서울이 다시 기성용을 강하게 원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셀틱 이적 당시 기성용이 이적료 일부를 수령하며 위약금이 있다는 것도 알려졌다.
서울은 다시 기성용과의 협상 창구를 열고 지속적으로 기성용 측을 설득했다. 서울은 당초 제시액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기성용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펼쳤다. 그러나 결국 기성용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기성용은 자신으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고 K리그가 혼란에 빠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해외 리그 재도전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사는 기성용의 향후 거취다. 이적료가 들지 않는 기성용은 여전히 매력적인 영입대상이다. 해외 선수의 시장 가치를 평가하는 이적 전문 업체 '트랜스퍼 마크트'는 기성용을 전 세계 FA 선수 중 두번째로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영국 언론에서도 기성용이 하위권 팀이나 하부리그에서 노려볼만한 선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유럽이적시장에 문을 닫은 지금, 현실적으로 기성용이 갈 수 있는 길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중국 슈퍼리그로 압축할 수 있다. 또 다른 갈림길 중 하나였던 중동, 그 중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 리그는 이미 이적시장이 끝이 났다. 미국 무대는 최근 슈퍼스타들의 황혼기 행선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리그 수준도 많이 올라왔다. 영어가 능한 기성용 입장에서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무대다. MLS는 12일부터 이적시장이 시작된다. 리그 시작까지 시간이 있어 몸을 만들기도 좋다.
중국도 옵션 중 하나다. 중국은 리그 개막이 늦어지며 4월까지 협상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기성용에 눈독을 들였다. 최근까지 뉴캐슬에서 함께 있었던 라파 베니테스 감독이 있는 다롄 이팡이 관심을 보였고, 중국 언론을 통해 톈진 톈하이 등 몇몇 구단과는 협상을 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홍역을 앓는데다, 중국 국가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며 예전같이 돈을 쓰고 있지 않은 분위기라 기성용의 구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일단 기성용의 서울 입단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11년 전 해외 진출 시 계약서에 '국내 복귀 시 서울 구단으로 입단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동안 대부분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우선협상권'의 수준이 아닌 것이다. 향후 해외 생활을 더 이어간 뒤 다시 국내 복귀를 추진할 때 서울로 일단 돌아와야 한다. 기성용을 품에 안을지, 위약금을 받고 국내 타 구단으로 보낼지는 그때 가서 서울 구단이 선택할 문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