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전도연(47)이 "'칸의 여왕'으로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동기부여됐다"고 말했다.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에서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를 연기한 전도연. 그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흔들리는 가장, 공무원, 가정이 무너진 주부 등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린 작품. 영화 속 인물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일 뿐,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는 주제 의식으로 공감을 산 것은 물론 새롭고 독특한 구성,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등으로 보는 이들의 108분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2월 스크린 기대작으로 등극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지난 2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입증받기도 했다.
또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이 관전 포인트다. 특히 역대급 센 캐릭터로 돌아온 전도연의 파격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전도연은 극 중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술집 사장 연희 역을 맡았다. 암울한 현실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만큼 거액의 돈을 쥐게 된 인물로, 오로지 자신을 위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헛된 희망을 이용해 범죄의 큰 판을 짜기 시작하는 주요 캐릭터다. 전작과 180도 다른 표독하고 거친 모습은 물론 때론 연인을 향한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양면을 동시에 소화한 전도연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원조 '칸의 여왕'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전도연은 "오늘도 신인 같은 마음으로 왔다. 지난밤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이라는 전례없는 역사를 쓰지 않았나? 특히 아카데미는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는데 현실이 됐다. 나는 아직 멀었다. '기생충' 덕분에 꿈을 꾸는 배우가 됐다. 이제부터 시작이고 윤여정 선생님과 아카데미를 가야하지 않겠나 싶었다. 앞으로 나는 '최고를 꿈꾸는 여배우'로 불러달라"고 웃엇다.
앞서 전도연은 2007년 열린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전도연의 수상 이후 지난해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또 지난 10일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는 등 전도연의 수상 이후 계속해서 한국 영화에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독보적인 '칸의 여왕'으로 군림 중인 전도연은 "물론 자부심이라는걸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다. 솔직하게 이야기 해서 '밀양'(07, 이창동 감독)을 찍고 나서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앞으로도 계속 '칸의 여왕'에 맞는 작품으로 내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싶었다. 욕심이었다. 현실적으로 되지 않더라. '칸의 여왕'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과연 '칸의 여왕'이라는 말에 맞는 작품을 채우고 있나?'라는 갈증을 많이 가졌다.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스스로 '채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부담을 버릴 수 없어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아직도 나는 부족하고 채우고 있고 채워가고 싶다. 작품도 많이 하고 싶다. 계속 채워가고 싶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어제(10일) 나 역시 '기생충'의 낭보를 함께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각본상만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4관왕을 수상했더라. 같이 작품한 스태프가 나를 추켜세우느라 '전도연이 작품 했으면 연기상도 받았을 것'이라고 해주더라. 물론 그렇다고 '내가 받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기생충'의 배우들도 정말 대단했다. '기생충'을 통해 우리의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꿈은 꿔볼 수 있지 않나?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의미를 더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 등이 가세했고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19일 개봉을 연기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