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지소연!" "지소연!"
9일,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은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2차전.
한국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38분. '에이스' 지소연(29)의 발끝이 번뜩였다. 지소연은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베트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개인 통산 A매치 58번째 골. 그 순간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소연! 지소연"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의 이름이 불렸다. 동료들은 지소연을 가마에 태우고 새 역사를 축하했다.
지난 2006년 10월, 만 15세로 최연소 태극마크를 단 지소연은 10년 넘게 에이스로 활약했다. 종전까지 A매치 122경기에서 57골을 넣었다. 이는 대한민국 남녀선수를 통틀어 A매치 최다골 2위 기록이다. 1위는 차범근 전 남자대표팀 감독이 쓴 58골. 지소연이 베트남을 상대로 한 골을 넣으면 차 감독과 동률, 두 골을 넣으면 새 역사가 쓰여지는 것이었다.
이날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은 지소연은 4-3-1-2 포메이션의 1, 윤활류 역할을 맡았다. 지소연의 움직임은 민첩했다. 순간적인 돌파로 슈팅을 날리는가 하면, 정확한 패스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지소연의 발끝에서 한국의 공격이 시작됐다. 베트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지소연이 볼을 잡기만 하면 4~5명의 수비가 달라붙었다.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전반 27분이었다. 지소연이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진영으로 파고 들었다. 이를 막아내려던 베트남의 전 티 푸옹 타오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하지만 월드클래스의 발끝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도 무뎌지지 않았다. 지소연은 팀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38분 A매치 58번째 득점을 폭발시켰다. 2020년 2월 9일. 대한민국의 축구 역사가 새롭게 쓰여졌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3대0 완승을 거뒀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미얀마와의 1차전에서 7대0 대승을 거뒀던 한국은 조 1위로 PO에 출격한다. 도쿄올림픽 여자축구에서 아시아에 주어진 본선 진출권은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가져간 한 장을 제외하면 두 장뿐이다. 최종예선 조별리그에서 각 조 1, 2위를 차지한 팀은 3월 6일과 11일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A조(한국, 베트남, 미얀마)와 B조(호주, 중국, 대만, 태국)의 상위 두 개 팀은 3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A조 1위-B조 2위, B조 1위-A조 2위 간 PO에서 승리한 두 팀이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다.
서귀포=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