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수비가 좋다. 지금 눈여겨 보는 선수다"
호주 블랙타운에서 진행 중인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류중일 감독이 개인 휴대폰을 꺼내 신인 내야수인 손호영의 타격 훈련 모습을 찰칵찰칵 찍는다. 그리고 손호영을 불러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여러 조언을 한다. 물론 LG에도 타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랩소도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자신의 타격폼을 보기에는 직접 촬영만한 것이 없다.
손호영은 야구인생에 굴곡이 있었던 선수다. 대학시절 시카고 컵스와 계약 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싱글A와 루키리그를 오갔고, 투수 전향도 했다가 2017년초에 방출됐다. 이후 귀국해 병역을 해결했고, 이후 국내 독립구단인 연천 미라클에서 프로 지명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자격을 얻은 손호영은 해외유턴파 자격으로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고,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현재 맹활약 중인 해외파 이대은, 이학주, 하재훈 같은 선수들보다 1년 늦게 KBO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그동안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어도 LG는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손호영은 2루수, 유격수는 물론이고 3루수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LG가 손호영을 지명했을때 대부분 2루 혹은 유격수 백업으로 기용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만, 류중일 감독은 내심 3루를 생각하고 있다. 류 감독은 "미래 LG의 3루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라며 그가 가진 기량을 높게 평가했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 유격수였던 류중일 감독은 야수를 평가할때 수비 능력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호주 캠프에서 손호영을 유심히 보고있는 류 감독은 "공을 잡을때 글러브질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했다. 수비 기본기가 잘 잡혀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타격이 부족하다. 손호영이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주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이 손호영의 연습 타격은 다른 선수들보다도 더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휴대폰으로 직접 타격폼을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일단 호영이가 치는 모습을 찍어서 보여주고, 고쳐야 할 부분을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달라진 모습으로 타격을 하면, 그것을 또 찍어서 보여준다. 데이터로 보는 것보다 즉시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줘야 본인이 바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선수 한명, 한명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장면이기도 했다.
'늦깍이 신인' 손호영에게 올 시즌은 야구 인생 2막을 여는 출발점이다. 류중일 감독의 바람대로 타격을 보완하면 예상보다 더 빨리 큰 기회가 올 수 있다. 이제 나머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