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끝인사도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을 정하고 이별을 준비하는 선수는 대단한 행운아다.
LG 트윈스 박용택이 그렇다. 박용택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다. 1~2년 정도는 현역 생활을 더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한마디 보태기도 한다. 하지만 박용택은 끝을 정해놨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결연한 각오로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호주 블랙타운. LG 관계자들이 놀란 장면은 박용택이 배팅 연습을 마치고 그라운드에 떨어져있는 공을 까마득한 후배들과 함께 줍는 모습이다. LG 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에서 배팅 훈련이 끝난 후 공을 줍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연차 선수들이 맡는다. 군기를 잡는다거나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가장 마지막에 배팅 연습을 마친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 훈련을 도운 코치들이 함께 그라운드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공을 주워 정리한다.
최고참인 박용택이 후배들과 함께 직접 공을 정리하는 이유는 마지막 스프링캠프에 대한 아쉬움과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후배들과 함께 공을 줍는 것 뿐 아니라 캠프 생활 전반적인 면에서 관계자들이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후배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쉬움을 곱씹고 있다. 시즌 준비에도 열심이다. 대충하는 법은 없다. 마지막 시즌인만큼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선발대로 일찌감치 캠프를 시작한 박용택은 박수받을때 떠나는 스타플레이어이자 20년 가까이 프로 생활을 한 선배로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